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승주 4단은 류민형 5단을 상대로 우여곡절 끝에 선제점을 올렸지만, 믿던 김명훈 5단은 티브로드 5지명 류수항 5단에게 덜미를 잡혔다. 빅매치로 주목을 받았던 신진서 8단과 강동윤 9단의 맞대결은 후반의 대진이 불리해 보였던 정관장 황진단에겐 특히 이 판의 승리가 중요했다.

상대 전적 2승2패. 욱일승천의 신진서 8단과 산전수전 다 겪은 강동윤 9단의 대결이었던 만큼 초반부터 볼만한 접전이 펼쳐졌다. 1라운드(우하쪽 접전)에선 강동윤 9단이 두텁다는 평가가 지배적. 하지만 2라운드(하변 힘겨루기)에선 신진서 8단이 이내 판세를 뒤집었다.

▲ 농심배 대표로 선발된 이후 바둑리그에서만 3패째를 당한 김명훈(왼쪽). 초반 좌변에서의 대실패가 4집반 차의 제법 큰 패배로 이어졌다.

이후론 간발의 차이지만 신진서 8단의 우세가 지속됐다. 실시간 스코어도 60대 40을 가리켰다가 70대 30으로 좀 더 격차가 벌어졌다. 차이는 극미한 것 같은데 강동윤 9단에게 역전의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결과는 반집.

후반 속기전 두 판은 정관장 황진단이 왜 강한가를 보여준 대국이 됐다. 4국(이창호 9단 vs 김정현 6단)은 랭킹이나 상대 전적(3승1패)에서 앞선 김정현 6단의 우세. 5국(박진솔 8단 vs 신민준 6단) 역시 지명도나 랭킹에서 크게 앞선 신민준 6단의 우위가 예상됐으나 결과는 모두 정관장 황진단의 승리였다.

두 대국 모두 중반 들어선 승리가 유력해졌고, 먼저 김정현 6단의 항복을 받은 이창호 9단이 2경기 연속 팀 승리를 결정했다.

정관장 황진단은 지난 시즌 세운 팀 7연승의 자체 기록을 갱신하며 화려하게 전반기를 마감했다. 주장 신진서 8단이 8연승. 4지명 한승주 4단과 5지명 박진솔 8단이 각각 6승2패, 5승3패로 활약했고 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창호 9단이 4승3패로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했다.

18일엔 6위 BGF리테일CU와 8위 한국물가정보가 9라운드 2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진시영 6단 vs 박영훈 9단, 허영호 9단 vs 원성진 9단, 이동훈 8단 vs 이원도 6단, 이창석 3단 vs 안국현 8단, 이지현 6단 vs 한태희 6단(이상 앞이 BGF리테일CU).

▲ 장고판도, 랭킹 10위 이내의 상대도 올시즌 처음이었던 신진서. 목표했던 '전승'에 대해선 "너무 멀어서..."라고 운을 뗀 다음 "이미 괜찮은 성적을 거둔 만큼 앞으론 편안하게 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최근 3연승에 2연속 결승점을 올린 이창호 9단. 송태곤 해설자는 "지난 경기에서 기적 같은 역전을 일궈내면서 컨디션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 우변에서 크게 실리를 내준 후 대사석작전을 펼 수 밖에 없었던 신민준(오른쪽)과 그것을 분쇄한 박진솔. 상대 전적에서도 2승1패로 한 발 앞서게 됐다.

▲ 경기 종료 후에도 복기를 지속하고 있는 이창호 9단과 김정현을 티브로드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