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바둑에서 만큼은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을 확실히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를 거뒀던 알파고는 1년 여 만에 더 진보된 모습을 보이며 현 세계랭킹 1위로 평가받는 커제 9단에게 완승을 거뒀다.

27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커제 vs 알파고 대결 3국에서 알파고가 커제 9단에 209수 흑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0으로 퍼펙트 우승을 거뒀다.

커제는 알파고와 세 번 대결할 기회를 얻었으나 세 판 모두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더 이상 적수가 되지 않음을 보여줬다. 커제는 백을 들고 둔 2국과 3국에서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으며 흑을 든 1국에서는 1집반 패를 당하긴 했으나 그 역시 종반 알파고가 부자 몸조심 식으로 둔 것이기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 괴로워하는 커제. 하지만 그는 세번의 대결 중 단 한번도 우세를 잡은 적이 없다는 것이 더 충격이다.

커제가 최종국은 백을 들고 싶다고 원해 이루어진 3국은 알파고의 강인함이 더 빛난 한판이었다. 커제는 2국과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판을 그르쳤다. 하변과 우변에서 재기 넘치는 수를 보여줬지만, 때로는 상대를 안 하고, 때로는 강인하게 맞받아치는 알파고를 상대로 기서제압에 실패했다. 오히려 한번 리드를 잡은 알파고가 두텁게 반면을 운영, 커제를 더욱 답답하게 했다.

한편 커제 vs 알파고의 마지막 대국이 열리는 동안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는 바둑팬들을 대상으로 공개해설을 열었다. 이현욱 8단과 문도원 3단의 진행으로 열린 공개해설에는 50여명의 바둑팬들이 찾아 커제 vs 알파고 대국 해설과 질의 응답, 퀴즈 풀이 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 막 내린 대국장. 이번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강한지를 실감케해준 행사였다.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우리가 바둑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둑이 학습 결과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향후 어떤 분야라도 쉽게 배울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인산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의 제한시간은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맞대결이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 상담기는 2시간 30분에 1분 3회, 페어바둑에는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이 주어졌다.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한화 약 17억원). 상금과 별도로 커제 9단은 출전료 30만 달러(약 3억 4000만원)를 확보했다.
 

▲ 커제 9단을 비롯해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롄샤오, 미위팅, 탕웨이싱, 스웨, 저우루이양, 천야오예가 허사비스와 기념 촬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