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국 직후의 모습. 커제가 허탈한 듯 쓴 웃음을 지으며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온 알파고가 더욱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며 중국 커제 9단에게 승리를 거뒀다.

23일 중국 '우전 인터넷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바둑의 미래 서밋(summit)' 알파고 vs 커제 3번기 제1국에서 알파고가 커제에게 289수만에 백1집반 승을 거두고 첫 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오해 초 인터넷 바둑 대국실에 홀연히 나타나 국내외 유명 프로기사들을 상대로 60전 전승의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알파고의 명성은 그대로였다.

특출난 수라거나 묘수, 신수 등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시종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한 반면 운영 솜씨와 대국관으로 커제를 완벽히 제압했다.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목진석 9단은 “기대했던 대로 완벽한 모습이다. 두터움을 바탕으로 서서히 밀어붙여 상대를 짓누르는 모습은 마치 태극권 고수를 연상시킨다. 묘수나 신수는 없었어도 인간이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수를 많이 보여줬다. ‘놓여지고 나면 이렇게도 둘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1년 여 만에 다시 접한 알파고에 대한 감상을 피력했다.

대국은 약 60수 언저리에 우위를 점한 알파고가 끝까지 리드를 놓지 않았다. 종반 커제의 추격이 있었지만 알파고는 예의 적당히 이길 만큼만 양보하면서 1집반이라는 확실한 승리를 얻어냈다.

랭킹1위이며 세계 최강이라 일컫는 커제 9단은 23일부터 인공지능과 3번기(23일부터 27일까지)를 벌인다. 커제는 세계대회에서 4회 우승했으며 현재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와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약 17억원). 상금과 별도로 커제는 출전료 30만 달러(약 3억 4000만원)를 확보했다(이세돌은 딥마인드 매치 당시 15만 달러를 받았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60초 5회가 주어진다(이세돌과의 매치 때는 2시간 60초 3회였다.)

한편 26일에는 단체전(상담기-여럿이 논의하며 힘을 합쳐 두는 바둑)과 페어전이 벌어진다. 단체전에는 중국의 스웨, 천야오예, 미위팅, 탕웨이싱, 저우루이양이 출전하여 알파고와 겨루고, 페어전은 ‘구리+알파고’ vs ‘롄샤오+알파고’ 의 대결로 펼쳐진다. 단체전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초읽기 60초 3회. 페어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