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젠고’는 원조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에 비해 아직 손색이 있었다.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가 프로기사 조치훈 9단을 상대로 도전장을 던졌지만 1-2로 패하고 말았다.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2회 바둑 전왕전 3번기 제3국에서 조치훈 9단이 '딥젠고(DeepZenGo)'를 상대로 169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제1국은 조치훈 9단이 223수 만에 흑 불계승, 제2국은 딥젠고가 179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둔 가운데 맞은 최종 3국에서 조치훈 9단은 딥젠고의 세력작전에 말려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중반 이후 중앙 백 모양에서 교묘하게 수를 내면서 딥젠고에게 항복을 받아냈다.

인공지능 딥젠고 역시 알파고에 비해 부족할 게 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조치훈 9단은 1국이 끝난 후 “그동안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수읽기와 전투력이 세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직접 상대해보니 강점은 오히려 초반 포석단계에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여기에 2국에서는 상대 대마를 생포할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줬고 3국에서도 대세력작전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국면을 이끌어 프로 정상급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 프로와는 거의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딥젠고는 지난 3월 고바야시 고이치 9단에게 석점으로 도전장을 던진 바 있었는데 불과 8개월만에 조치훈 9단과 호선으로 겨룰 정도로 급성장, 정상급 프로기사를 뛰어넘는 일도 이젠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여진다.

알파고에 이어 바둑계를 또다시 들썩이게 한 딥젠고는 일본의 소프트웨어 기업 드왕고가 개발한 '젠'을 기반으로 알파고의 핵심기술인 딥러닝을 접목해 완성시켰다.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해설한 이현욱 9단은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부문에서 상단한 수준에 올라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알파고 보다 더 공격적이라는 느낌이다. 다만 알파고에 비해 아직 실수가 잦고 결정적인 장면에서 어이없는 착각을 범하는 등 좀 더 손을 봐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딥젠고를 평가했다.

딥젠고가 프로기사와 처음으로 호선으로 도전한 이번 대결은 제한시간 2시간, 초읽기 1분 3회, 덤 6집반으로 진행됐다. 조치훈과 대결한 딥젠고의 스펙은 1대의 PC에 CPU가 44코어, 메모리 128GB가 장착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