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날이었다. 신안천일염이 주장 이세돌의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활약에 힘입어 난적 SK엔크린을 3-2로 제압했다.

28일 저녁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4라운드 2경기에서 5위 신안천일염이 1위 SK엔크린을 3-2로 물리쳤다.

조한승의 선제점에 이호범이 영양가 만점의 추가점을 보탠 신안천일염은 2-1로 리드한 상태에서 주장 이세돌이 이태현을 꺾고 3-1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전반기에 이어 다시 SK엔크린을 제압한 신안천일염은 7승 고지에 안착하며 포스트시즌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갔다.

양 팀 출전 선수 10명 중 9명이 모두 '더블 헤더'를 치른 보기 드문 날이었다. 신안천일염은 주장 이세돌이 박정환과 TV아시아선수권전 결승을 치렀고, 조한승을 비롯한 다른 출전 선수들도 낮의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예선을 치른 뒤 저녁 경기에 임했다.

SK엔크린 역시 주장 박영훈을 제외한(박영훈은 전기 명인전 우승자로 본선 시드를 받았다.) 네 명의 선수가 낮의 명인전 예선을 치르고 KB리그 무대에 오르긴 매한가지.(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들 9명의 선수가 모두 낮 경기를 이겨 피로가 좀 덜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여파 때문인지 이날의 승부는 다섯 판의 대국 중 세 판이 150수 언저리에서 끝나는 빠른 결말을 보였고, 보다 절박한 입장의 신안천일염이 SK엔크린을 누르는 결과로 낙착됐다.

결승점은 '개선장군' 이세돌의 몫이었다. SK엔크린이 장고대국을 승리하며 한 판 따라붙은 상태에서 저녁 8시 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이세돌은 저돌적인 이태현을 상대로 속전속결의 내용을 펼친 끝에 압승했다.

대국 전 "낮에 박정환과 대국하느라 힘들지 않았나?"는 김지명 진행자의 질문에 유창혁 해설자는 "졌으면 파김치가 됐겠지만 이겼을 땐 다르다. 지금은 그다지 피곤함을 못 느끼는 상태."이라고 답해 쉬운 승리를 예상케 했다.

졌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위태로웠던 신안천일염은 주장 이세돌의 우승과 팀 승리라는 경사가 겹치며 기쁨 두배가 됐다.



바라던 7승 고지에 안착하며 순위도 4위로 한 계단이 올랐다. 반면 SK엔크린은 또 한 번 최초 9승 고지 달성에 실패하며 한 경기 만에 1위에서 3위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상층부의 순위가 요동치는 이런 현상은 전에 없이 뜨거운 포스트시즌 티켓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번 시즌에서 마지막 경기 마지막 대국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엔 정관장 황진단과 포스코켐텍이 14라운드 3경기를 펼친다. 현재 6승5패, 6위에 머물러 있는 포스코켐텍으로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겨야 하는 경기다.

대진은 김현찬-변상일, 이창호-박건호(퓨), 김정현-류민형, 박시열-나현, 김기용-김명훈(이상 앞이 정관장 황진단). 전반기엔 포스코켐텍이 3-2로 승리했다.



▲ 쾌조의 5연승을 달리다 두 번 연속 9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SK엔크린. 박영훈 안성준 김세동 등 주전 세 명이 이세돌·박정환과 더불어 몽백합배 16강에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