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아 2단이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며 황룡사쌍등배 초반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한껏 끌어왔다.

3일 중국 장쑤(江蘇)성 장옌(姜堰)시에서 속개된 제5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3국에서 오정아 2단은 일본의 신예 기베 나쓰키 초단을 상대로 19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3승 달성에 성공했다.

오정아는 앞선 대국에서 일본의 오쿠다 아야 3단, 리허 5단을 격파한 바 있다.

낙승이 예상된 바둑이었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초반부터 기베 나쓰키 초단이 힘을 앞세워 저돌적인 바둑을 들고 나왔기 때문. 하지만 오정아는 노련했다. 신예의 패기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슬쩍 뒤로 물러서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승부는 길어졌고 결국 승패는 마지막 종반에 갈렸다. 미세한 장면에서 초읽기에 몰린 기베 초단이 실수를 연발했고 이를 정확히 포착한 오정아 2단이 집 차이를 벌리는데 성공한 것.



바둑TV 해설을 담당한 이민진 7단은 “오정아 2단의 대국을 3일 연속 중계했는데 매번 바둑 내용이 달랐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싸워야 하는 장면에서는 수읽기가 깊고, 유리한 바둑은 닦는데 능숙하며, 자신보다 어린 신예를 상대로 해서는 참을 줄도 안다”면서 “컨디션이 워낙 좋아 보이기 때문에 연승이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오정아 2단의 연승에 중국도 맞불을 놨다. 당초 예상은 차오유인이나 쑹룽후이의 출전이 유력해 보였지만 4국 선발로 왕천싱 5단의 출전을 예고했다. 이로써 3연승 달성에 성공한 오정아 2단은 4일에는 중국의 왕천싱 5단을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하게 된다.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가 주어지는 제5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은 중국의 장옌 황룡사연구회에서 후원했으며 우승상금은 45만 위안(한화 약 7900만원)이다.

■ 각국 출전선수 명단 및 대국 결과

한국: 김혜민, 최정, 김채영, 오유진, 오정아(3승)

중국: 왕천싱, 쑹룽후이, 위즈잉, 차오유인/탈락-리허(1패)

일본: 셰이민, 후지사와 리나, 호시아이 시오/탈락-오쿠다 아야(1패), 기베 나쓰키(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