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이 무려 4년 여의 인고의 시간을 견딘 끝에 세계대회 우승컵을 다시 따냈다.

1국과 2국이 끝난 후 오래 동안 이어지던 복기는 3국에서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대역전패를 당한 김지석 9단이 차마 더 이상 이어나가기 어려웠던 듯 먼저 자리를 떴기 때문. 그래서 우승 인터뷰는 곧장 이어질 수 있었다.

과거의 박정환은 인터뷰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무척 기뻤던 듯 비교적 웃음도 자주 보였다.

국후 박정환 9단을 만나봤다.

-오늘 바둑을 평한다면?

초반부터 무척 좋지 못했다. 계속해서 실수가 나왔다. 그래서 한때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워낙 큰 대국이어서 이어나갔다. 마지막까지 이기기 어려웠는데 중반 이후 김지석 9단이 방심한 것 같다. 종반 우하에서 백이 패를 들어왔으면 대책이 없었는데 결행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 아닌가한다.

-오랜만의 세계대회 우승이라 무척 기쁠 것 같은데?

사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세계대회 성적이 좋지 못해서 고민이 많이 됐었다. 이번엔 우승까지 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 좋은 일이 있으면 부모님께 먼저 알리는데 전화는 어머니께 드린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오랜만의 세계대회 결승전이라 사실 준비를 많이 했다. 바둑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컨디션 조절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고전은 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게 나왔으니 기분은 좋다.

-국내에서는 이세돌 9단이나 김지석 9단과 자주 결승전을 치르는데 누가 더 까다로운가?

상대전적을 봐도 그렇지만 이세돌 사범님이 훨씬 상대하기 어렵다.

-김지석 9단이 자신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반대로 자신이 나은 점이 있다면?

끝내기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수읽기와 형세판단은 확실히 김지석 9단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많은 바둑에서 실수가 나오는 빈도수가 나보다 김지석 9단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성적이 조금 나은지도 모르겠다.



-다음 목표도 당연히 세계대회 우승일까? 특별히 욕심나는 기전은 없나?

세계대회는 규모가 거의 비슷하니까 모두 욕심이 난다. 최근 세계기전의 추세는 중국기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우리는 정상권에 있는 기사들이 더 준비를 잘해야 된다고 본다.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평소 최소한 3승 1패씩은 거두어야 우리가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남길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워낙 머릿수가 많다.

-개인적으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중국기사가 있다면?

스웨 9단이 가장 상대하기 거북하고 나보다 어린 기사들 중에서는 판팅위, 커제가 까다롭다(미위팅은?) 미위팅은 상대하기 편한 편이다.

-이제 수입도 상당할텐데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수입 관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부모님이 관리해주신다. 나중에 장가갈 때 집 사는데 보태주시리라 믿는다(웃음).

-평소 바둑 사이트에서 자신의 기사를 챙겨보는 편인가?

전에는 거의 빠짐없이 챙겨봤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사실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웃음).

-다시 한번 우승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