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팀 주장이자 89년생 동갑내기 대결에서 강동윤(오른쪽)이 집념의 역전승을 거뒀다. 막판 대마를

   잡고 끝내려다  착각을 범한 김지석이 크게 괴로워하고 있다.

"김지석 선수로선 보기 드문 착각이 나왔네요."(송태곤)

"잡으러 갔다가 순식간에 덤 정도를 날렸습니다."(박정상)

중계석에 앉은 두 해설자의 입에서 놀라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멘트가 거듭 쏟아졌다.

리그 2위와 3위가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고 격돌한 첫날, 먼저 2승을 확보한 CJE&M이 활짝 웃었다.

CJE&M은 19일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3라운드 2경기 1국에서 팀의 막내 신진서가 한태희를 물리친 데 이어, 2국 주장 맞대결에서 강동윤이 승리하며 값진 2승을 수확했다.

둘째 날 세 판의 대국 중 한 판만 이기면 8승을 확보하게 되는 CJE&M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해졌다.

   ▲첫날 두 판의 장고대국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스튜디오. 오렌지색 상의의 신진서(왼쪽 1국)와 강

   동윤(오른쪽 2국)이 모두 이겼다. 

■ 김지석 "조금 짜증이 나서…"

모든 관심이 김지석-강동윤의 빅매치에 쏠린 하루였다. 올해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동갑내기 라이벌의 격돌. 여기에 이기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졌으니 두 사람의 한 수 한 수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될만 했다.

대국 전 예상은 7대3 정도로 김지석의 압도적인 우세. 랭킹이나 상대 전적(김지석 9승6패)에서 김지석이 앞서 있는 데다가, 최근의 삼성화재배에서 둘의 명암이 크게 엇갈렸기에 김지석의 승리는 떼논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보란듯이 강동윤의 승. 라이벌끼리의 대결에는 '자존심'이라는 특별한 변수가 다른 정황을 압도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국후 "쉽게 뒀으면 좋지 않았어(?)" 묻는 김영환 감독. 이에 대해 김지석은 "조금 짜증이 나서.."라고

    답했다. 강동윤이 무너질듯 무너질듯 끈덕지게 버티자 확 대마를 잡아서 끝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것이다. 박정상 해설자는 "라이벌에겐 둘만의 오기랄까, 묘한 심정적 비틀림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하

    면서 강동윤이 "견디고 견뎌서 얻어낸 승리"라고 이 판을 총평했다. 



   ▲ 속은 쓰리지만 김지석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김영환 감독. 김지석의 아쉬움이 컷던 탓에 둘의 복기

   는 김감독과 Kixx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40분 가량 더 이어졌다. 승부를 떠나선 친한 사이인 두

   사람은 내주 부터 시작되는 농심배에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이날은 상대 전적이 과거의 주식 챠트처럼 별 의미가 없던 날이기도 했다. Kixx는 1국의 한태희가 신진서에게 3전 전승, 2국 역시 김지석이 강동윤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어 '최상의 대진'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였으나 예상 밖 결과 앞에 이내 초라해졌다.

둘째날의 4국도 상대 전적에선 이태현이 박승화에게 3전 3승으로 우세. 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어찌될지 알 수 없어졌다.

   <제1국> 중반 미세한 상황에서 하변 끊기는 수를 방치하고 중앙을 막아간 한태희의 결정적 실수가

   승부를 갈랐다(188수 백 불계승). 신진서는 지난 라운드(강유택)에 이어 연승을 거두며 리그 종반 살아

   나는 분위기. 시즌 전적도 7승5패로 지난해(4승8패)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8개 팀이 더블 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챔피언을 가리는 2014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양 팀의 전반기 대결에선 Kixx가 3-2로 승리한 바 있고, 동일 대국자간 리턴매치는 없다.

   ▲ 적과의 동침(?). Kixx의 김영홤 감독(왼쪽)과 CJE&M 한종진 감독이 양 팀 검토실을 빠져 나와 나란

   히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같은 충암고 선후배로 절친한 두 사람의 나이는 70년생인 김감독이 79년생

   한감독 보다 9년 위.  

   ▲ KB리그가 벌어지는 무대 위에서 어린 선수들은 우리 팀, 너네 팀 가리지 않고 왔다갔다 하면서 어

   울리는 모습을 보인다. Kixx의 퓨쳐스 선수 송상훈(사진 오른쪽 앞)이 CJE&M 진영으로 넘어와 설현준

   과 검토하는 것을 최정이 지켜보고 있다. 



   ▲ 무난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걸로 알았던 Kixx는 11라운드와 12라운드에서 티브로드와 포스코켐

   텍에게 연달아 1-4 패배를 당하면서  자칫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기사제공=KB리그 운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