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에 한번 열리는 백령배. 2년전 제1회 대회에서 한국은 8강에 박정만 9단만 겨우 진출했었다. 

   그것도 4강부터는 중국의 독무대. 때문에 올해도 중국의 인해전술을 걱정했지만 한국은 8강에 무려 

   5명이나 진출하며 오랜만에 중국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점심 휴식시간을 이용, 박정환 9단의

   옆에 모인 한국 기사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다.

2년 만에 뒤바뀐 명암…제2회 백령배 8강에 한국 5명, 중국 3명

8강은 김지석 vs 추쥔, 최철한 vs 커제, 장웨이제 vs 안국현, 박정환 vs 진시영

1년 만에 확 바뀐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해 중국에 밀려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단 하나의 우승컵도 들어 올리지 못한 한국바둑이 마치 사람들이 바뀐 것처럼 대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강릉에서 열린 LG배 본선 32강전과 16강전에서 중국과 대등하게 맞서 4-4 타이를 이뤘던 한국이 백령배에서는 중국에 5-3으로 앞서며 16강전을 마무리했다.

16강전까지의 결과가 우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열렸던 세계대회에서 단 한면도 8강을 밟아보지 못한 전례가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반전이다.

특히 한국은 이번 백령배에서 10명이 32강에 올라 5명이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

다. 탈락 이면에는 한국기사끼리의 대결에서 패한 기사가 2명이나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대단한 결과다.

7월 24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열린 제2회 백령배 16강전에서 박정환, 김지석, 최철한, 안국현, 진시영이 모두 중국기사를 꺾고 8강에 올랐다.

한국은 한중 에이스 대결이라 할 수 있는 박정환 vs 천야오예 대결에서 박정환 9단이 승리한 것을 비롯해 김지석은 멍타이링을 꺾었으며 최철한도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장타오를 제압하고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진시영 6단도 지난해 LG배 우승자 퉈자시 9단을 꺾는 기염을 통하며 8강에 올랐으며 안국현 4단도 왕시 9단을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원투펀치라 할 수 있는 박정환과 김지석에 노련미를 갖춘 최철한. 여기에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진시영, 안국현이 뒤를 받치는 모양새는 근 몇 년 간 최강의 8강 조합으로 분석된다.

   ▲ 박정환은 천야오예와의 한중 에이스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특히 내용이 압권이었다. 시종일관 

   천야오예에게 단 한번의 찬스도 내주지 않고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런 승리는 크다.

반면 주최국 중국은 울상이다.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6명의 우승자를 배출한 중국이었지만 이번 백령배에서는 단 한명도 8강에 들지 못했다. 3명의 8강 진출자는 장웨이제 9단, 커제 4단, 추쥔 9단.

한편 16강전이 모두 끝난 후 열린 8강 추첨에서는 김지석 vs 추쥔, 최철한 vs 커제, 장웨이제 vs 안국현, 박정환 vs 진시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국바둑에서 가장 요주의 인물이라는 커제는 노련한 최철한이 맡았고, 진시영은 이세돌 9단과의 64강 형제대결에 이어 이번에는 랭킹1위 박정환 9단을 만나는 불운.

한국기사의 우승이 기대되는 8강전은 오는 9월 16일 중국 꾸이양에서 속개될 예정이다.

백령배 세계바둑오픈은 국제위기연맹과 귀주성 인민정부가 주최하며 중국위기협회 귀주성 체육국이 주관한다. 우승상금은 180만 위안(약 3억 2000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40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 제2회 백령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결과(4강까지 매 라운드 대진추첨)



   ▲ 한국바둑의 대반전에는 얼마 전 출범한 국가대표 상비군 제도의 역할이 숨어 있었다. 유창혁 감독

   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난 이후 처음으로 선수들과 중국으로 동해, 힘을 실어주었다.  

   ▲ 박정환과 천야오예의 역대전적은 6승 11패로 박정환의 열세. 하지만 이 대국 이후 그동안의 전적

   은 무의미할 것 같다. 내용면에서 워낙 박정환 9단이 앞서있어 이젠 천야오예를 뛰어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한국바둑의 원투펀치 박정환과 김지석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바둑판 앞에

   서는 대단한 라이벌 관계지만 평소에는 무척 친한 형, 동생 사이다. 

   ▲ 한국바둑의 비밀병기 진시영은 지난해 LG배 우승자 퉈자시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64강전에서 이

   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뒀기에 국내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진시영이었지만 퉈자시를 꺾으면

   서 이세돌을 꺾은 것이 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해보였다.

▲ 김지석은 비교적 덜 알려진 머타이링을 상대로 고전했지만 1집반 승리를 지켜냈다. 어려운 고비를 넘어섰으므로 이제는 우승을 노려볼 때도 됐다. 다음 상대는 추쥔. 대진운도 나쁘지 않다.

▲ 최철한은 신예 장타오를 가볍게 제압. 그에게 요주의 인물인 커제가 맡겨졌다는 사실이 반갑다. 노련미를 갖춘 최철한은 중국 신예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다.

   ▲ 이번 대회 한국바둑의 또 하나의 소득 안국현 4단. 큰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은 엄청난 자신감을 

   가져다준다. 이후 안국현이 큰 바둑으로 성장한다면 이번 대회 결과가 큰 기폭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