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왕십리 근처에 위치한 한국기원의 4월 셋째 주는 LG배 통합예선이 열리는 기간이다.

오는 6월 9일 막을 올리는 LG배 본선에는 총 32명의 기사가 참가하게 되는데 전기 대회 성적과 국가별 시드에 따라 우선 16명의 기사가 본선에 직행하게 되고, 남은 16장의 티켓은 통합예선을 통과한 16인에게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4월 셋째 주는 바로 이 통합예선이 열리는 기간으로 14일 월요일부터 19일 토요일까지 6일 동안, 총 16개조(A조~P조)로 나뉘어 조별 토너먼트 대국을 벌여 각조 1위 16명이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근 일주일 동안 열리는 일정이지만 참가 인원이 많기 때문에 예선 1, 2회전이 나뉘어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략 네 번이나 다섯 번을 연속해서 이겨야 한다. 쉽지 않은 일정이다. 

더우기 LG배는 제1회 대회부터 지금까지 제한시간 3시간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세계대회 보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2011년도였던가. 처음으로 시드를 배정받지 못해 통합예선전 5연승으로 본선에 진출한 이창호 9단이 대국장을 나서자마자 한국기원 직원을 붙들고 “내년에도 이렇게 진행할 건가요?”라고 묻던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이런 천신만고 끝이라도 본선에 오르면 최소 1회전 탈락 상금은 확보하니까 좀 낫다. 만일 최종 결승에 올랐는데 패한 기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경우 불행하게도 최종 탈락자는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한다. 예선 탈락자는 대국료가 없기 때문이다. 1회전 탈락자나 5회전 탈락자는 대국료가 없기는 마찬가지, 그러니까 ‘떨어지려면 제일 먼저 떨어지는 게 낫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홈그라운드인 경우는 또 괜찮다. 외국 기사들은 문제가 간단치 않다. 중국이나 일본 기사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LG배 통합예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왕복 항공료와 약 일주일간의 서울 체류비를 준비해야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본선에 오르면 대국료가 주어져 다행이지만 예선 탈락자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덧붙여 400만원의 본선1회전 탈락 상금도 최근 추세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LG배 통합예선전에 참가 중인 김영삼 9단은 “LG배 대국료가 현실에 맞게 다시 정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제한시간 3시간 대국은 오전 10시부터 늦으면 오후 7시 넘어서야 끝나는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대국료 ‘빵원시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게 최근의 추세니까 인정할건 인정해야죠. 그런데 최소 대국료인 본선1회전 상금 400만원을 확보받기 위해 치러야 하는 예선 대국수가 많은 것은 문제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기전이지만 비씨카드배가 적당하다고 봐요. 비씨카드배는 본선이 64강전이었고 통합예선도 2~3연승 정도면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죠. 본선 64강전 대국료가 지금 LG배 32강전 대국료와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LG배는 대국수만 훨씬 많은 기사들 입장에서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기전인 셈입니다.”(김영삼 9단)

비씨카드배가 없어진 후, 중국은 곧장 2개의 세계대회를 새로 창설했는데 그것이 몽백합배와 백령배. 중국도 비씨카드배 대회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설된 두 개 대회 모두 비씨카드배와 똑같은 대회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 더해 중국은 통합예선이 끝난 후 바로 본선 개막식과 함께 64강전을 치러 대회 참가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러니까 LG배와 삼성화재배 통합예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와야 하는 중국 기사들 보다, 중국에 건너오는 한국 기사들의 조건이 나은 셈이다.

이번 제19회 LG배 통합예선전에는 창하오, 뤄시허, 왕레이 등 6소룡 멤버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감당하기 힘든 빡빡한 대회일정과 비현실적인 대국료로 인해 불참한 것 같다’는 게 중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4월 10일 막을 올린 KB바둑리그 속기대국의 한판당 승자 대국료는 400만원. LG배 본선 32강전 대국료와 같다. 기대수치를 감안한다고 해도 뭔가 개선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유경춘 바둑뉴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