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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흑백광장] 불붙은 신민준-신진서 ‘양신(兩申) 전쟁’
2015/10/08(19:35)
글쓴이 |
조회: 5,878 | 꼬리말:4

불붙은 신민준-신진서 ‘양신(兩申) 전쟁’

1999년생 신민준과 2000년 태어난 신진서. 둘을 가리켜 바둑계에선 ‘양신(兩申)’이라고 부른다. 둘은 2012년 7월 제1회 영재 입단대회를 함께 통과했다. 이후 영재대회가 4년의 연륜을 쌓으면서 이들보다 더 어린 소년 기사들도 입단했지만, 당시만 해도 만 12세와 13세 소년의 프로행은 팬들을 흥분케 하는 청신한 뉴스였다.


“우리는 한국바둑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양신’에 대한 바둑계의 기대를 국민교육헌장을 잠시 실례해 패러디하면 이쯤 되겠다. 하루가 다르게 대형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국을 우리는 무엇으로 막아낼 것인가. 언제까지 박정환 이세돌 박영훈 김지석 최철한 강동윤으로 버틸 수 있을까. 미래를 떠맡아줄 새 얼굴에 대한 갈증이 최고조에 이를 무렵 ‘양신(兩申)’은 마치 ‘양신(兩神)’처럼 이 땅에 강림했다.


신민준과 신진서의 관계는 아무리 봐도 숙명적이다. 안팎의 기대가 걸린 영재 입단 1기이고, 성씨가 같으며, 동기생이고, 재주 또한 뛰어나다는 공통점 속에서 서로를 피할 수 없는 사이다. 자연히 나현 이동훈 변상일 등 한 발 앞서가는 선배 형들보다 주목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조서(曺徐)’나 ‘도전 5강’, ‘송아지 3총사’ 등이 누렸던 ‘패키지 브랜드 상승(相乘) 효과’를 양신(兩申)이 잇고 있다.


라이벌이라고 하면 백중한 실력과 함께 나이, 배경까지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야 한다. 조훈현 대 서봉수, 이창호 대 유창혁을 선뜻 라이벌이라고 부르기 망설여지는 것은 성적이 제법 비대칭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론 이세돌 대 구리만큼 딱 어울리는 라이벌 짝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 바둑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김명환 대 김봉선, 민영현 대 장국원, 김인 대 윤기현, 김재구 대 정창현을 거쳐 강훈 대 서능욱, 최규병 대 양재호, 최철한 대 박영훈, 강동윤 대 김지석, 윤준상 대 이영구, 윤영선 대 이영신, 박지은 대 조혜연…등 꽤 여러 쌍의 라이벌 커플들이 존재했다.

라이벌로 불리는 상대가 있다는 건 동기(動機)부여나 ‘상품성 제고’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대신 당사자로서는 항상 상대방과 비교되는 괴로움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다면 신민준과 신진서 관계를 라이벌이라 부를 수 있는지 우선 자격 심의(?)를 시작해 보자.


스타트라인에 선 뒤 처음엔 신민준 쪽이 약간 앞서 출발했다. 둘의 동시 데뷔 연도인 2012년 신민준은 4승 2패, 신진서는 2패로 시작했고 2013년에도 신민준이 좀 더 활발한 페이스를 보였다. 최초의 랭킹 진입도 신민준이 2013년 9월(32위)이었는데 비해 신진서는 4개월 늦은 2014년 1월(48위)이었다.


하지만 이후 전세는 역전돼 신진서 쪽이 우세를 잡기 시작했다. 입단 이후 총 전적을 비교해 보면 신진서 124승 1무 69패, 신민준은 125승 87패로 각각 64.2%, 59.0%의 승률이다(10월 7일 현재). 상대전적 또한 현재로선 신진서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 둘은 총 7판의 공식전을 겨뤄 신진서가 6승 1패(85.7%)로 리드 중이다. 신진서는 영재 초청대회인 합천군 미래포석열전서 3년 연속 우승했는데, 신민준과 그 행사 결승전서만 5판을 싸워 4승을 거두었다.

이들 자료만 놓고 보면 라이벌 관계라고 보기엔 뭔가 미흡한 느낌이다. 관객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고 어느 한 쪽의 우세를 점칠 수 있다면 라이벌이 아니다. 이창호와 창하오가 연배도 비슷하고 전성시절 각각 한-중을 대표하는 강자였지만 라이벌이라고 부를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뚜렷한 변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큰 무대에서 신민준이 부쩍 힘을 내 오히려 신진서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민준은 제2회 몽백합배, 2015 삼성화재배 등 본격 국제무대 본선 32강에 몸을 실었다. 몽백합배에선 저우허양을 눕힌 뒤 본선 2회전서 창하오에게 반 집을 졌는데, 이 고비마저 넘겼더라면 세계 16강 상륙이란 새 이정표를 세울 뻔 했다. 삼성화재배 본선행의 제물은 천야오예(陳耀燁)와 황윈쑹(黃云嵩)이었다.

신민준은 이밖에 이민배 본선행 티켓도 따냈고, LG챌린저스컵서는 4강까지 올라 1회전서 하차한 신진서를 능가했다. 국내 무대에선 제19기 천원전서 당당히 결승까지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나현에 패해 준우승). 이에 비해 신진서의 국내대회 최고 성적은 8강 두 차례(18기 천원전, 58기 국수전)였다.

신진서는 이 사이 국제 주니어 무대에서 분전했다. 6월 초 열렸던 메지온배 한중 신예대항전서 3승, 직후 벌어진 제1회 한중 미래천원전서도 2승을 거뒀다. 전년도 메지온배 3승을 포함하면 세 차례의 한 중 주니어단체전 출전에 8전 전승의 기염을 토한 것이다. 역시 주니어 대회인 제1회 이민배(2014년)서도 4강까지 진출했다. 연속된 승전보는 중국 바둑계에 신진서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다만 이 성적들은 모두 신예(주니어)대회에서 작성된 것이다. 신진서가 종합 국제대회 본선을 자력으로 뚫은 예는 아직 없다. 제2회 바이링배 64강 본선에 나갔지만 예선을 면제받고 주최측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케이스였다. 신진서 본인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프로 3년 간 자력으로 세계대회 본선을 한 번도 못 올라봤으니 잘했다고 내세울 게 없다”고 스스로 자책한다.

올해 바둑리그 정규시즌 성적도 의외였다. 신민준이 10승 4패, 전체 출전자 중 다승 8위의 눈부신 성적을 작성한 반면 신진서는 7승 5패 1무승부의 평범한 가을걷이에 그쳤다. 이 와중에 신진서 19위, 신민준 30위이던 9월 랭킹이 10월 들어 23위와 28위로 바뀌었다. 신민준이 개인 최고 순위를 경신한 반면 신진서가 네 발짝 후퇴하면서 둘 간의 간격이 최대한 좁혀진 것이다.

한창 연패가 거듭될 때 신민준은 신진서 얘기가 나오면 “진서는 나보다 수읽기가 세다”며 풀이 죽곤 했었다. 하지만 중국 청년 유망주들을 거푸 꺾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듯 최근엔 이렇게 말하고 있다. “2년 안에 진서와의 전적 차이를 모두 메우겠다.” ‘양신’의 역학 관계가 최근 들어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선배 프로기사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영삼 九단은 “실력은 진서가 더 센 것 같은데 요즘 성적은 민준이가 좋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김 九단은 지난 2012년 일본서 열린 4국 신예대항전에 갓 입단한 ’양신’을 인솔, 두 햇병아리에게 ‘머리를 얹어주었던’ 기사다. 줄곧 둘을 지켜보면서 ”감각이나 발상 능력은 진서가 더 뛰어나 보인다“고 말해 왔었다.

최규병 九단은 “아직 둘 간의 우열을 논하기는 이르며 좀 더 차분히 지켜 보자”는 입장이다. 최 九단은 “고작 입단 3년이 지났을 뿐인 10대 중반 소년들에게 이세돌, 박정환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양신’모두 기대만큼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야생마 타입인 신진서, 상대적으로 많은 조련을 받은 신민준이 각기 대조적인 특성을 살려 완성품을 향해 전진 중이란 것.


김성룡 九단은 ‘양신‘의 성적 사이클을 놓고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한 살 어린 진서가 오히려 상황을 인식하고 먼저 철이 든 것이 초반 앞서 나갔던 요인”이라는 것. 그는 또 “이 정도 수준에 오면 누구나 일차 고비를 맞게 마련”이라도 했다. “신진서는 시기적으로 어려운 숲에 발을 들여놓는 단계에 진입했고, 신민준은 부쩍 안정감을 찾아가며 초기에 까먹었던 승수를 복구 중”이란 분석이다.


국가대표 팀 코치로 두 기사를 매일 지켜보는 목진석 九단도 “약 2년 동안 진서가 앞선 느낌이었지만 지금부터가 승부”라고 전망한다. 신진서가 자유분방한 기풍이 장점이라면 신민준은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감정조절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 목 코치는 “옆에서 지켜보면 둘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성실하고 공부량도 많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흐뭇해했다.


‘양신’의 성적표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참 대견하다는 느낌이 든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최정상급 강자들과 거의 대등한 승부를 펼치는 단계까지 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실질적인 1위라는 커제(柯潔)는 양신 모두에게 패점이 있다. 중국 신예들 중 최정예로 올라선 황윈쑹(黃云嵩)도 양신에겐 혼 난 기억이 더 많다. 둘은 이미 김지석이나 강동윤 등 국내의 하늘같은 선배들도 꺾어보았다. 그 누구도 “어린 녀석이 감히…”하고 꾸짖지 못한다.

재미 과학자이자 한국기원 랭킹위원인 배태일 박사는 “창의성 번뜩이는 신진서는 원석(原石)을 벗어나 연마(鍊磨)로 접어드는 단계이고, 신민준은 자유분방한 스승 이세돌의 영향을 받아 창의성이 배양됐다는 느낌”이라며 “진정한 라이벌 관계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양신은 세계 최고봉까지 오를 수 있을까.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선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다. 김성룡은 “3년 안에는 어렵고 5년을 준다면 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반면 최규병은 “이세돌이 7년 걸렸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했다. 7년 안에 정상에 오른다면 성공이란 의미다. 김성룡 기준이라면 2년, 최규병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4년 남았다.


둘 중 누가 먼저 국내 타이틀을 따느냐가 우선 관심사다. 그리고 세계대회 본선 8강, 4강을 거쳐 결승 무대에 오르는 경쟁도 볼 만 할 것이다. 승률과 다승, 랭킹 싸움은 더욱 격렬해질 게 분명하다. 마주칠 기회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텐데 맞대결 성적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궁금하다.


두 기사는 2015 이민배 본선 32강전에 함께 출전한다(당초 10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된 상황). 95년생 이후 출생자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는 이 대회에 신민준은 한국 출전자 중 유일하게 본선행 혈로를 뚫었고 신진서는 국가시드를 받아 무혈 입성했다. 다른 길을 돌아 만난 둘은 이 대회서 각각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혹시 결승전서 만나는 건 아닐까.

승부사에게 라이벌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양신(兩申)’은 지지 않겠다는 경쟁 속에 발전하면서 한국 바둑의 미래란 이름의 짐을 함께 지고 나아갈 것이다. 두 신씨 소년이 펼쳐갈 평생 레이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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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오늘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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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glWnrl 2015/10/13(22:39)
씨뿌린 후 싹이나서 이제 비바람 맞으며 성장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즐겁습니다 두 기사가 착실히 성장하여 지금 당장 열매만 바라지 말고 차분히 한걸음씩 전진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대성할 그릇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진서 선수를 더 좋아하지만 두사람 모두 중국의 인해전술에 겁내지 말고 일당백의 기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꽃님이아찌 2015/10/13(11:20)
아래에 쓴 내용중 고님은 고민^^
꽃님이아찌 2015/10/13(11:17)
주부들이 때만되면 오늘의 저녁메뉴는 뭐로 할까...고민하듯이 이홍열님께서도 다음 칼럼은 뭘 쓸까 고님 많이 되시죠^^ 신민준과 신진서 이들의 바둑이 인터넷으로 중계되면 거의 접속해 바둑을 구경합니다 누가 뭐래도 난형난제..튼튼하고 든든한 라이벌이 있어 조만간 두 기사는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프로가 될 겁니다...한판 두판 이기고 지는 승부를 벗어나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승부를 즐기는 체질을 갖췄으면 합니다..신민준 신진서 화이팅~~~
강한남자01 2015/10/13(10:57)
兩神 이 살아나야 한국 바둑의 미래가 산다 그걸 안다면 한국기원에서는 이 두분을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다만 한국기원 조훈현 패밀리만 모를뿐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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