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둑nTV

  • KB리그
  • 뉴스

    • 바둑뉴스
    • 칼럼
    • 기보
    • 웹툰
  • 상점

    • 바둑프리미엄
    • 행운아바타
    • 프리미엄전용상점
    • 바둑아바타
    • 아이템
  • 바둑정보

    • 바둑강좌
    • 게시판
    • 생중계일정
    • 랭킹
    • 대회
    • 이벤트
  • 선수등록제/리그

    • 선수등록제 소개
    • 선수신청
    • 선수랭킹
    • 선수리그
    • 커뮤니티
  • 고객지원

    • FAQ
    • 1:1문의
    • MY고객센터
    • 이용제한내역
    • 운영정책
본문 시작

칼럼

> 뉴스 > 칼럼
윗글아랫글목록
제   목 | [흑백광장] 19로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노익장들
2015/05/19(17:57)
글쓴이 |
조회: 12,747 | 꼬리말:5

19로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노익장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바둑만의 특징인데, 그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게 하나 있다. 승부 행위와 관련해 연령과 관련된 제한이 거의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제한’은 법적 강제성이 아니라 연령적 핸디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동호인 클럽이 있다고 치자. 대략 ‘몇 살부터 몇 살 사이‘란 한계가 자동 설정된다. 나이 여든 된 할아버지가 “나도 왕년엔…” 운운하며 가입시켜 달라고 떼쓰지 않고, 떼를 써도 받아주지 않는다. 하한선도 있어서 초등학생 꼬마는 아무리 몸이 날래도 안 받아준다. 모든 육체운동이 다 그렇다. 온라인 게임이나 다른 보드게임은 좀 다르지만 역시 연령 분포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이에 비하면 바둑의 연령 스펙트럼은 깜짝 놀랄 만큼 넓다. 다섯 살 정도부터 게임 참여가 가능한 종목이 바둑이다. 또한 바둑의 절대적 애호층으로 분류되는 90 안팎의 노인들도 19로 그라운드에서 무시로 ‘라운딩’을 한다. 최대로 잡아 5세와 95세, 증손자와 증조부 간에 양보 없는 자존심 승부가 펼쳐지는 종목은 지구상에서 바둑 하나뿐이다.


한 가지 더 놀랄 일은 이 같은 특성이 바둑을 소일거리로 접하는 아마추어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한 판 대국에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명예를 걸고 가족의 밥값을 벌기 위해 19로 전선(戰線)으로 출병(出兵)하는 프로세계에도 적용된다. 세대 차이에도 아랑곳없이 1대1로 마주 앉아 ‘진짜 승부‘를 통해 구도(求道)에 열중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이다. 꼭 타이틀을 따고 상위 랭커에 올라야만 위대한 것이 아니다.


일본 원로기사 중 한 명인 스기우치 마사오(衫內雅男) 九단은 1920년생이다. 올해 10월이면 95회 생일을 맞는데 그는 아직도 현역을 고수하고 있다. 1937년 입단했으니 프로기사 생활 78년째다. 전성기였던 50년대엔 본인방전과 일본기원 선수권전, 천원전 도전기에 연거푸 출전하는 등 막강한 실력을 떨쳤었다. 올해 타계한 우칭위안(吳淸源)보다 6살 아래이고 사카다(坂田榮男)와 동갑이며 후지사와(藤澤秀行)보다는 다섯 살 연상이다.

올해 초 스기우치 九단은 제40기 기성전 예선서 승리함으로써 세계 프로바둑 사상 최고령 승리 기록을 세웠다. 94년 12월 생으로 무려 74년이나 아래인 소토야나기 세분(外柳是聞) 초단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치열한 끝내기 승부 끝에 극적으로 반 집을 남겼다. 스기우치는 이보다 앞서 2013년 98년생인 대만 출신 야오즈텅 (姚智騰) 二단과 대결을 가졌다. 패하는 바람에 둘 간의 나이차(78년)는 최다 연령차 승리기록 대신 최다 연령차 대국 기록으로만 남았다. 야오즈텅은 그 해 제15회 농심배 일본 대표로 출전했을 만큼 일본이 기대하는 유망주다. 소토야나기도 입단 첫 해였던 2014년 10승 3패를 기록하는 등 착실히 성장 중인 기사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2015년 3월 19일, 이번엔 세계 최고령 여성프로기사인 스기우치 가츠코(杉内寿子) 八단이 일을 냈다. 1927년 3월 생으로 88회 미수연(米壽宴)을 치른 지 10여일 만에 84년생 나가시마 코즈에(長島 梢恵) 二단에 승리, 제34회 여류본인방전 본선에 오른 것. 이것은 남녀를 통틀어 세계 프로바둑 최고령 본선 진출 기록에 해당한다. 94년 67세를 눈앞에 두고 제6기 여류명인전서 우승했던 가츠코 八단은 2010년 500승 고지를 밟은 후에도 꾸준히 출전하며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스기우치 마사오(衫內雅男) 九단과 스기우치 가츠코(杉内寿子) 八단은 부부다. 부부 합해 183세에 달하는 현역 커플을 다른 어느 동네에 가서 구해올 수 있겠는가. 마사오와 결혼하기 전 가츠코의 이름은 혼다 가츠코(本田壽子)였다. 세 살 아래의 사치코(本田幸子·은퇴) 七단, 열 두 살 밑인 구스노키(楠光子·결혼 전 이름 本田輝子) 七단과 함께 3자매 프로기사로도 유명하다. 이들 3자매의 통산 우승 회수는 가츠코 10회, 사치코와 구스노키 각 7회로 총 24회에 이른다.


나이 든 사람의 도전은 아름답다. 도전을 넘어서 성취까지 이루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倍加)된다. 아래 표를 보자.

◇최고령 타이틀 획득 기사 비교

기사

나이

상대

기전

후지사와(藤澤秀行)

67세 5개월

고바야시(小林光一)

92년 일본 왕좌전

시마무라(島村俊廣)

65년 8개월

소노다(苑田勇一)

77년 일본 천원전

하시모토(橋本宇太郞)

63세 11개월

오다케(大竹英雄)

71년 일본 십단전

구토(工藤紀夫)

57세 4개월

류시훈

97년 일본 천원전

가토(加藤正夫)

55세 3개월

왕밍완(王銘腕)

02년 일본 본인방전

다카가와(高川格)

53세 0개월

린하이펑(林海峰)

68년 일본 명인전

사카다(坂田榮男)

53세 0개월

다카키(高木祥一)

73년 일본 십단전

※이토(伊藤友惠)

71세 6개월

구스노키(楠光子)

79년 일본여류학성전

※스기우치(杉内寿子)

66세 11개월

오가와(小川誠子)

94년 일본여류명인전



일본에서 고령 타이틀 홀더가 많이 배출된 이유는 일본 바둑 최 융성기인 20세기 후반에 다수의 천재기사들이 집중 배출됐고, 그 인재들이 일본 특유의 장인(匠人)의식과 천직(天職) 정신으로 정상을 오래 장악할 수 있었던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동 연구가 성행하고 새 수법이 바로바로 전파되는 요즘과 달리 문파적이고 폐쇠적이던 예전 분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한국의 고령 기록은 조훈현의 49세 10개월(2002년 1월 제7회 삼성화재배)과 조남철의 49세 7개월(73년 제1기 최강자전)이 꼽힌다. 3위는 서봉수의 46세 9개월(99년 제4기 LG정유배). 중국의 경우엔 녜웨이핑(聶衛平)이 마흔이 넘기 무섭게 마샤오춘(馬曉春)에게 곧바로 왕위를 물려주고 하야(?)했다. 쿵상밍(孔祥明)이 57세 때인 2012년 초대 여자국수에 오른 정도.


챔피언까지는 아니지만 국내 프로바둑계에도 스기우치(衫內雅男) 九단에 버금가는 고령 플레이어가 있었다. 고(故) 김태현 四단이다. 1910년생인 그는 ‘평생 승부사’를 자임하며 미수(米壽·88세)를 맞던 98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62년 제3기 패왕전 준우승 등 젊은 시절 누구 못지않은 완력을 자랑했던 그는 세월이 흐르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치는데도 “1년에 1승만 올리면 족하다”며 대국장을 찾던 진정한 바둑 애호가였다. 막내 손자뻘인 안조영(당시 19세)이 노대가의 마지막 대국 상대가 됐다.

88세 은퇴와 44년에 걸친 프로생활은 당시엔 일본서도 볼 수 없었던 희귀 기록이었다. 하지만 노병(老兵)은 사라질 뿐 죽은 게 아니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프로에서 은퇴한 그는 무대를 한국기원에서 자택 근처 기원으로 옮겨 꾸준히 오로 삼매를 즐겼다.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의 김태현은 2001년 타계할 때까지 바둑돌을 놓지 않았다.

김태현보다 더 천직의식을 가지고 바둑을 대했던 기사가 있었다. 이강일 五단이다. 1921년생인 그는 김태현의 은퇴로 국내 최고령기사 자리를 물려받은 98년 이후에도 모든 예선에 빠짐없이 개근할 만큼 바둑을 사랑했다. 자신의 바둑뿐 아니라 후배들의 바둑을 관전하는 것도 즐겼다. 지팡이에 구부정한 상체를 떠받친 자세로 하루 종일 앉았다가 퇴근(?)하곤 했다. 대국이 끝나면 스스로 기보(棋譜)를 작성하거나 새카만 후배인 상대에게 그려 달라고 했다.


이강일 사범에겐 이렇다 할 수상(受賞) 실적이 없었지만, 바로 그 점이 역설적으로 그의 바둑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말해주는 증거였다. 1978년 기도(棋道) 문화상 감투상, 1996년 바둑문화상 특별공로상을 받은 것은 그가 타이틀을 땄거나 바둑계에 큰 공로를 세워서가 아니었다. 바둑계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천직의식, 바둑을 향한 순수 무구한 애정과 바둑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바둑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였다. 이강일 선생은 83세 되던 2004년 45년 만에 프로 기사직을 은퇴한 뒤 3년 뒤인 2007년 86세로 타계했다. 김태현 이강일 사범처럼 타계 직전까지 자기 직업에 순(殉)하는 사례를 다른 어떤 세계에서 찾아낼 수 있겠는가.


역대 한국기원 집행부들은 대대로 프로기사 은퇴제도 도입을 검토해왔는데 이는 나름대로 부족함 없는 명분을 갖고 있다. 대다수 기전들의 예선 대국료가 사라진 가운데 온통 10대, 20대 젊은이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요즘 바둑계다. 그 판에 끼어 수모를 겪는 것보다 은퇴 후 바둑과 관련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명예롭고 실속도 있다는 게 은퇴제도 도입 필요성을 내세우는 측의 논리다. 실제로 기사 수가 끝없이 늘어가면서 아예 예선 자체를 없애고 64강전 정도로 본선부터 시작하는 기전이 확산돼 간다. 1년 대국수가 서 너 판에 그칠 프로가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연령과 성적 어느 쪽이 기준이 되건 언젠가는 프로기사 은퇴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바둑은 정년이 없고,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은퇴도 없는 직업이란 점에서 떠밀려 은퇴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다섯 살과 아흔 다섯 살이 함께 마주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세계라면 그런 특성에 맞는 운동장을 제공해 주는 쪽으로 맞춰야 옳다. 은퇴제도가 시행되면 핵심 엘리트 조직만 가지고 콤팩트한 진행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바둑만이 갖는 향기는 많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김태현 사범이나 이강일 사범, 스시우치 부부가 나올 리 없다. 프로기사들은 단순한 승부사가 아니라 예인(藝人)이기도 하다. 행정 편의적 접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

문득 직업별 정년 연령이 궁금해 자료를 찾아봤다. 판례를 기준으로 보험사들이 적용하는 정년은 변호사 법무사 승려가 70세로 가장 길었다. 대조적으로 나이트클럽 쇼걸이나 호스티스의 정년은 30세로 매우 짧다. 일반 술집의 마담, 나이트클럽 웨이터, 잠수부 등은 50세이고 프로야구 선수, 에어로빅 강사는 40세란다. 다방 여종업원과 골프장 캐디는 35세를 정년으로 본다. 프로기사의 판례는 나와 있지 않았다.


나이와 바둑 절정기와의 관계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1960년대 중반 바둑 최선진국 일본서 전관(全冠)을 호령할 당시 사카다(坂田榮男)는 “적어도 40대는 돼야 인생의 연륜이 바둑에도 묻어나 명인 등극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실제로 그의 전성기는 딱 40대 중반이던 그 무렵이었다. 하지만 사카다는 바로 그 이듬해 23세 청년 린하이펑(林海峰)에게 명인, 본인방을 잇달아 벗어주어야 했다. 조남철이 20년 연하의 김인(당시 22세)과의 국수 도전기에서 패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정상권의 연소화가 가속화되면서 요즘엔 나이와 실력은 반비례하는 것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됐다. 바둑동네의 연령 시계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매몰찬 두 얼굴을 지녔다. 종신(終身) 참여를 허용해 주면서 한편으론 갈수록 성적을 깎아먹기 때문이다.


노기사 커플 스기우치(衫內) 부부가 올해 던져준 메시지는 굉장히 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들은 95세에 젊은 후배를 이길 수 있고 88세에도 본선 진출이 가능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비슷한 사건이 앞으로도 종종 발생하면 좋겠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고령화 시대를 사는 시니어 세대에게 이것처럼 확실한 격려는 없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타이틀 독식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노장들에겐 이 정도의 반짝 불빛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앞으로 국가 사회정책 프로그램에서 바둑은 매우 효율적 기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는 바둑의 가치와 관한 것이다. 90년의 연령 스펙트럼이 가능한 동네는 바둑뿐이라는데, 이런 특장을 깔아뭉개는 건 조물주에 대한 죄악이다. 바둑이 지닌 비밀은 실현 가능한 가지의 수, 선착(先着)의 크기, 두터움의 계량화 등만이 아니다. 대국이 가능한 연령의 상한과 하한을 현장에서 규명하는 것도 바둑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인간 능력의 한계 연구에 바둑만 한 소재가 없어 보인다. 나이를 먹으면서 승부사의 승률은 떨어지지만 예술가의 작품 값은 올라간다는데, 그렇다면 승부사이자 예술가인 바둑 종사자의 ‘몸값’은 어떻게 되는 건지도 궁금해진다.



페이스북 트위터

댓글 5(오늘 0개)

 

0 / 300자

등록
jkh401 2015/08/28(07:42)
글감사히
읽어























좋아요
h송이버섯 2015/06/04(21:17)
바둑의 의미가 많은것을생각하게하네요. 글에감사....
설차장 2015/05/23(17:42)
국가 실버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바둑이 담당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항상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단단초보 2015/05/22(09:24)
정말이지 훈훈한 이야기에 큰감동 이네요
레인코트 2015/05/21(22:32)
좋은 글 감명깊게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1
윗글아랫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