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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흑백광장] 농심배가 이끈 우승상금 5억원 시대
2015/03/20(10:21)
글쓴이 |
조회: 7,483 | 꼬리말:6

농심배가 이끈 우승상금 5억원 시대


香餌之下 必有死魚

重賞之下 必有勇夫

(향기로운 미끼에 물고기들이 모이고

후한 상이 걸린 곳에 용사들이 나선다)


중국의 옛 병서(兵書)인 육도삼략(六蹈三略)에 나오는 구절이다. 자본주의니 시장경제니 하는 개념 정리가 됐을 리 없던 그 옛날 프로페셔널리즘의 정곡을 찌르는 구절이 등장했었다는 게 놀랍다. 아무튼 큰 상이 걸릴수록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고 뛰어난 작품이 생산된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그냥 장학금을 주는 게 아니고 직접 경쟁을 통해 장원(壯元)을 뽑는 싸움방식일 경우 관전 재미와 관심은 배가(倍加)된다.


그런데 뒤에서 후원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상금을 높이라고 부추길 수는 없다. 행사를 후원함으로써 얻어지는 반대급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원칙을 만나는데 역시 슬그머니 비켜갈 수가 없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야 가치(가격)가 오르는 법인 만큼 결국 흥행의 열쇠는 관중의 수효가 쥐고 있다.

이른바 인기 스포츠 종목들은 지구촌 곳곳에 뿌리내린 엄청난 동호인 수를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수혜를 최대한 누리고 있다. 지난 해 브라질 월드컵 우승 팀인 독일은 무려 3천400만 달러(약 357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선수 1인당 적어도 기십억 원씩 돌아갔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독일 축구협회가 사전에 약속했던 1인당 4억원 가량의 포상금까지 합하면 입이 딱 벌어진다.

하지만 이것도 개인 종목 수입랭킹과 비교하면 초라해진다. 2014년 한 해 동안 최고수입을 올린 선수는 프로복서인 플로이드 메이웨더로 1억 500만 달러를 벌었다. 우리 돈으로 12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2위는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8000만 달러, 3위는 농구선수인 르브론 제임스의 7200만 달러였다. 우리 같은 서민들로선 상대적 빈곤감에 주눅들다 못해 어깨가 축 처질 수밖에 없는‘남의 세계’이야기다.


이제 바둑을 대입해 보자. 프로기사가 한 햇 동안 벌어들인 역대 최고상금은 2013년 일본 이야마 유타(井山裕太)가 기록한 1억 6000여만 엔으로 기록돼 있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한국 돈 약 15억원이다. 한국 최고기록은 이세돌이 작년에 거둬들인 14억 1000만원. 그나마 그중 절반가량은 구리와의 10번기 덕분이었다. 10번기엔 바둑계 사상 최고의 목돈이 걸리긴 했지만 1회성 특별 이벤트전이었을 뿐이다. 아무튼 바둑계 최고수들의 수입은 프로 스포츠계 스타들의 그것과 비교하면 ‘껌 값’수준에 불과하다.


똑같이 개인 경기이고 똑같이 세계를 무대로 얻어낸 성과임에도 수입액이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둑의 서식처(?)가 주로 아시아권, 그것도 한 중 일 등 극히 제한된 지역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프로페셔널리즘의 본바닥인 미주, 유럽에선 바둑이 흥행 대상이 아니다. 바둑대회의 상금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프로기사들의 수입도 상대적 초라함을 면할 수 없다. 일부 지역에만 편중돼 있다 보니 동호인 수나 관객 수에서 스포츠 세계에 크게 밀린 결과다.


국제 바둑대회 최고 우승상금 대회는 잉창치배다. 그 지위를30년 가까이 누려오고 있다. 상금 액수는 미화 40만 달러, 현재 환율로는 약 4억 5000만원에 해당한다. 출범(1988년) 초기만 해도 스포츠 행사 상금에 크게 뒤지지 않는 제법 큰돈이었으나 이후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스포츠 대회 상금이 폭등하는 동안 잉씨배는 초심(?)을 유지했다. 환율도 크게 요동쳤다.

일본 주도의 후지쓰배와 대만 재벌 잉창치씨가 만든 잉씨배 2개가 국제 바둑대회의 효시로 꼽힌다. 1988년 거의 동시에 출범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가장 많은 국제 바둑대회를 창설, 운영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동양증권배 LG배 삼성화재배 진로배 농심배 정관장배 비씨카드배 등이 연거푸 닻을 올리며 세계 바둑시장을 주도했다. 일본도 후지쓰배 외에 CSK배, 도요타덴소배 등을 열었으나 전체적 볼륨에선 한국에 크게 뒤졌다.

2000년대에 접어든 후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성장율 속에 국제바둑계에서의 비중을 높여가면서도 바둑대회 창설엔 소극적이었다. 가전제품 기업인 춘란그룹이 98년 만든 춘란배 한 개로 버텼다. 대만이 거점인 잉씨배와 중환배를 범 중국권 대회로 포함시킨다 해도 3개에 불과했다. 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의 광풍이 한바탕 지나간 뒤 여러 기전들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타이틀 지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2010년에 이르러도 중국은 바둑에 관한한 ‘손님’일 때가 ‘주인’일 때보다 월등 많았다. 이를 지적하는 기사가 2010년 9월 7일자로 조선일보에 게재됐다(필자의 졸문이다).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온 국제 바둑 타이틀전의 국가별 개최 비율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이 개최하는 국제 메이저대회는 5개인 반면 일본 중국 대만 등 3개국은 각 1개씩으로 버티고 있다. 세계 톱프로들의 주된 수입원은 세계기전이다. 상금이 이들 4개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만큼 국가별 세계대회 비율도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 약간 과장하자면 3개국 기사들은 국제기전을 후원하는 한국기업들 덕분에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사는 계속된다. “이제는 경제와 바둑 모두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역할이 커져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기원 통계에 따르면 1988년 이후 22년 간 한국 주최 대회 우승상금 합계액은 약 118억 8000만원에 달한다. 동양 4개국 중 56.3%를 점하는 비율이다. 일본이 51억으로 2위(24.6%)이고, 중국은 7% 정도의 ‘분담금’에 머물러 대만에도 뒤진 최하위로 기록됐다. (중략) 세계적 거인으로 성장한 중국이 국제기전 창설을 통해 바둑 진흥에 앞장설 때가 됐다…(후략).”

이 기사가 나간 직후 당시 중국 바둑계 최고 책임자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인터넷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중국 바둑이 한국 바둑의 성장과 한국 기업의 도약에 큰 도움을 준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크게 기여한 셈”이라고 초점에서 다소 벗어난 설명을 했다. 그는“중국리그를 통해 한국기사들이 큰 수입을 챙겼다“란 말도 했는데 이것은 맞는 말이다. 한국기사들은 2001년 목진석을 출발점으로 지금까지 매년 상당수의 고수들이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다. 일부 중국기사들이 계약 조건에서 한국 용병들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정도이니 우리 톱스타들에게 중국리그는 좋은 일터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중국 바둑계는 바로 그 사건(신문 기사) 직후부터 큰 변화기를 맞이한다. 중국 주도의 대형 국제 바둑대회가 잇달아 창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바이링(百靈)배, 2013년엔 몽백합배란 이름의 세계 오픈대회가 연속 출범했다. 비록 2년 터울의 격년제 대회이긴 해도 두 대회는 각각 우승상금 180만 위안(약 3억 2000만원) 짜리 대형 타이틀전이었다. 2013년 말에는 단발에 그치긴 했지만 거금 200만 위안의 우승상금이 걸린 국제 단체전 주강(珠鋼)배도 열렸다.


중국은 이밖에도 마이너급인 초상부동산배(2011년 창설), 황룡사쌍등배(2011년), 궁륭산병성배(2010년), 화정차업배(2012년) 등을 줄줄이 창설했다. 이벤트성 대회들을 합하면 그 숫자가 10개가 넘는다. 이세돌과 구리 두 사람만의 이벤트전이긴 했지만 5백만 위안의 사상 최고액으로 ‘10번기’를 펼쳐 바둑에 대한 주목도를 크게 높인 나라도 중국이다. 세계 최대 규모 리그인 중국리그까지 포함하면 중국은 이제 바둑에서도 국가적 위상과 덩치에 걸맞은 위용을 갖춘 느낌이다. 이 같은 ‘환골탈태‘가 불과 5년 남짓한 기간 동안에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 하다.

이번엔 우승상금 한화 1억 원 이상 수준의 세계 메이저 타이틀전을 살펴보자.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2015년 3월 현재).

◇세계메이저 기전 일람표

대회명

우승상금

출범연도

개최국

LG배

3억원

1996

한국

삼성화재배

3억원

1996

한국

농심배

2억원

1999

한국

국수산맥

1억원

2014

한국

잉씨배

4.5억원(40만달러)

1988

대만

춘란배

1.6억원(15만달러)

1998

증국

바이링배

3.2억원(180만위안)

2012

중국

몽백합배

3.2억원(180만위안)

2013

중국


대형기전 숫자는 한국과 중국(대만 포함)이 함께 이끌어가는 ‘쌍끌이’ 체제다. 대회의 규모를 비교하기 위해 양국 우승상금을 합산한 결과, 한국이 9억 원으로 12억 5000만 원 정도인 중국에 비해 3억 원 가량 뒤진다(총 예산을 공개하지 않는 후원사들이 많아 대신 우승상금으로 집계함).


그런데 이 부분이 반전(反轉)되는 상황이 최근 발생했다. 이미 발표된 대로 농심배 스폰서인 (주)농심이 우승상금을 2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주최 세계 메이저기전의 우승상금 총액은 12억 원으로 늘어나 중국과 거의 차이가 없는 백중세를 이루게 된다. 한국의 4개 메이저 국제전이 모두 매년 개최되는 연례행사인데 반해 잉씨배는 4년제, 나머지 3개 대회는 2년제 대회란 점을 감안하면 연 평균 상금 액수는 한국이 월등히 앞서게 됐다. 농심배의 공로다.


우승상금 5억 원이 세계 바둑 역사상 최고액이란 상징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27년 간 1위를 누려온 잉씨배를 2위로 끌어내렸다. 일본 국내기전으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기성전 우승상금 역시 약 4억 2000만 원(4500만 엔)으로 농심배에 뒤진다. 김성룡 九단은 “세계 최고 상금 타이틀을 한국이 보유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며 흐뭇해한다. 중국 바둑계나 사업가들의 경쟁 심리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세계 바둑 시장 규모는 상승(相乘)적으로 신장할 수 있다.


농심배의 이번 결정이 안겨준 흥분의 요체는 2가지다. 하나는 인상률이 물경 150%에 이른다는 점. 새 상금액이 종전 금액의 250%다. 이런 전례는 바둑역사엔 물론 없고 다른 경기 분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 하나는 이 같은 대폭 인상이 농심배의 홍보 효과를 인정한 결과물이란 점이다. 이 사례는 앞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바둑 후원에 매우 긍정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자사 제품(신라면 등)의 중국 매출액이 원년 대비 143배(700만 달러→10억달러)로 증가한 비결이 “16년 간 농심배를 개최한 덕분“이라는데 솔깃하지 않을 기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세계적 인기 스포츠들 틈에서 보면 최고 상금액이 아직도 5억 원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초라하다. 그러나 우승상금을 무려 150%나 올린 서구 스포츠 종목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는 바둑이 지닌 흥행과 홍보 가치의 신장 가능성이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도 넓다는 방증이다. 이런 일이 거듭되다 보면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바둑에도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혹시 2~30년 쯤 뒤엔 MLB(미프로야구)나 분데스리가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바둑스타가 탄생할지 누가 아는가. 그런 시대가 만약 온다면 바둑계는 농심배가 2015년 단행한 ‘우승상금 150% 인상 사건’을 우선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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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오늘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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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설악인 2015/04/05(01:14)
어떻던 농심이 큰일 했다
홍짱홍짱 2015/03/26(07:49)
너무 좋은 칼럼 잘 읽었네요. 농심배 인상 소식보고 바둑팬으로써 신라면 사줘야겠네..하고 흐믓했습니다. 그리고 중국기업도 점점 성장하는 만큼 앞으로도 많은 세계기전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아.. 농심배 볼 재미가 앞으로 몇배는 커졌네요 .^^
낙안 왕소군 2015/03/23(11:44)
우리는 몬가 다이나믹허구 폭팔 적인것을 갈구한다 세네시간식 골사매구 바둑판데기 안자잇는것이 서양인의 정서에 맞다구 보는가 냉정하게 판단해두 저변확대는 어렵다 동서양의 문화차이를 .............................................
낙안 왕소군 2015/03/23(11:41)
그만큼 바둑근 대종적이지 안타 겨우 아시아권에서 맴도는 그들만의 리그인것시다 골프를바라 한대회우승해두 수십억이됀다 바둑근 그만큼 메리트가 업다 걍 취미루 하는 소시민적인 스포츠다
지극히 동양적인 스포츠 바둑근 영원히 그들만의 리그일뿐 더이상 저변 확대는 힘들다 동서양 서로가 사고의차이가 심하다구본다
빈삼각김밥 2015/03/21(18:42)
국수산맥배는 메이저라고 하긴 좀 그렇고 국수산맥빼고
여자대회인 황룡사배와 궁륭산병성배 추가하면 되겠네요
민서랑2 2015/03/21(17:28)
필자양반 꿈이 너무 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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