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께미야의 자연류, 그것은 무엇인가

신기하다.

신기한 현상이 하나 있다.

반상 19로.

넓기로 친다면야 초반이 제일 넓을 것이다. 종반에 다가갈수록 돌은 비좁다. 바로 옆에 돌들이 가까이서 웅크리고 있으니 그러하다.

그렇지만, 묘한 것은 넓게 다가오는 인상. 그 인상에 대한 것. 때로는 돌이 적당히 몰려 있는 중반이야말로 가장 반상이 넓다는 인상 준다. 넓다는 표현. 그것은 모호하다는 것과 다른 것인가. 초반은 모호하기에 오히려 넓다고 여겨지지 않는가. 아니면 중반엔 변화의 여지가 한편으로 제대로 보이고 한편으로 숨어 있어서 넓다고 여겨지는가.

사실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해서 그 하늘을 넓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좁지만, 큰 도시를 바라볼 때 넓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시간을 인식할 때 사건이 주어져야만 시간을 인식할 수 있다. 시간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대비되는 조건이 주어져야만 시간은 인식된다. 사건 없이 시간 없다.

공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에도 그런 논리 숨어 있는가.

반상에서도 그런가.

돌이 주어져 있지 않을 때 반상은 넓다기보다 모호할 뿐이다.

그러나 돌이 적정한 개수로 주어진다면 그 반상은 넓게 여겨진다. 비로소 반상의 공간이 저마다의 의미, 즉 돌에 의해 의미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돌은 그 공간과 어울려서 반상을 넓게도 좁게도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반상을 대할 때 넓다고 느끼는 것에는, 시각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 가능성 때문에도 넓다고 느끼는가 싶다.

1) 반상은 그 19줄이라는 그 물리적인 시야 때문에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이 경우 19줄은 17줄보다 넓다.

2) 반상은 돌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다.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그 어느 상태가, 우리가 반상이 넓다고 하는 느낌의 상당부분을 예시한다.

3) 요컨대 넓다는 것은 시각적인 측면에서 말하기도 하고, 변화의 가능성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기보를 두 개 먼저 보도록 하자. 대국자가 대국 중 머릿속에서 두 개의 그림을 비교하는 것인데, 흑을 잡은 대국자는 어느 구도를 실전으로 취했을까? 기보는 다께미야의 실전인데, 언제 누구와 두었는지는 모르겠다.

(기보1) 흑1이 오면 넓은 바둑이 되나

(기보2) 흑1이 넓은 바둑 이끄나

이 글이 볼 때는 (기보2)보다 (기보1)이 더 넓은 거 같다.

여러분의 느낌은? 그 느낌에 의존해서 판단은?

약간 풀어볼 필요도 있겠다.

(기보1) 흑1은 두 가지 초점을 갖고 있다. 첫째, 백을 공격한다. 그래서 백이 (기보2)와 같이 귀에 들어올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 둘째, 좌변 흑과 호응해서 중앙에 먹구름을 형성하고 있다. 큰 구름 휘몰아가는 기분이 든다.

(기보2)의 경우 실리로는 이것이 낫다. 그렇지만 상변이 약해졌고 그에 따라 중앙에서의 영향력도 흑에게는 거의 사라졌다.

사실, 이 두 개의 기보는 수순을 오늘처럼 보여드리지 않고 단순히 국면 자체만 보여주면 약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대체로 수순을 함께 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형세판단. 그래야 시야가 점차 넓어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변화, 적절한 돌의 변화, 그것이 반상의 공간을 넓게도 좁게도 만들기 때문이다.

여하튼 전망을 어느 정도 안겨주느냐, 그것이 반상을 “넓다”라거나 “좁다”라고 판단하고 표현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인 것은 틀림이 없을 듯싶다.

4) 아마 이런 것도 있는 듯싶다.

경계가 없는 반상에서 – 예를 들어 초반 포석 단계는 흑백이 하나의 경계를 세우는 과정인데, 이 경우 서로가 비슷하게 영역을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넓다고 할 수 있는가. 비교가 되어야 넓다는 인상 올 텐데 말이다.

그런데 문득 집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집이 솟아나듯 생긴다면 어떨까. 그것도 하나로 모여서 생겨난다면 그런 경우 그 집은 크다, 넓다, 그런 느낌 강하게 주지 않을까?

다께미야(武宮正樹)의 바둑이 그렇다.

그의 바둑을 보면 어느 순간 집이 크게 솟아난다. 의도적인 것이긴 하지만, 설마하니 그렇게야 날까 했는데 갑자기 크게 솟아난다. 뚜렷해진다. 예상 밖의 집은 크다거나 넓다거나 그런 인상 줄 것이다. 예상을 넘어선 것은 항상 형용사를 동반한다. 비교를 통해서 넓거나 크거나 강하거나, 그런 인상을 받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단순한 착시만은 아니다.

특히 다께미야의 바둑인 경우, 그의 중앙집이 큰 것은 착시현상이 아니다.

우리의 느낌은 그리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글의 주관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개의 경우 중앙집은 그리 크게 인식되지 않는다. 제대로 인식하기 힘든 것임을 고백하는 것인데, 그러나 그 세계를 바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다께미야다.

다께미야는 집이, 중앙집이 크다는 것을 감(感)으로 알고 있다. 아쉽게도 이 글이 보기에 그가 중앙집이 크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한 것은 없었다. 앞서 이 글이 제시했던 정방형이라든가, 벽이 없는 정방형이라든가 하는 이론을 그는 몰랐다.

그러나 그는 제대로 느낀다.

1. 20세기 바둑의 발전

바둑은 크게 변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20세기 100년에 일어난 변화는 더욱 놀랍다. 변화의 양이나 질에 있어서 20세기의 변화는 그 이전 2천년 동안에 일어난 변화보다도 더욱 급격하고 또 폭이 넓었다.

사회적인 시야에서 보면, 사실 바둑의 변화는 다른 세계의 경험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인구의 폭발과 도시의 발달, 기술 혁명의 20세기에서 크게 문화적 충격을 겪지 않는 분야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 지식의 다른 분야와 다를 바 없이 바둑에서도 지식이 눈에 띄게 성장 발전하였다.

그렇다면, 바둑이 20세기에 큰 혁명적 변화를 겪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일까. 세상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격변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바둑에서도 우리가 쉽게 인식할 수 없는 큰 변화의 추동력이 반상 밖 사회의 격변에서 온 것이 아닐까. 삶에 큰 변화가 올 때엔 태도와 의식에 변화가 오는 것이 보통이니, 바둑도 그랬을까.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은 인류의 꿈이지만, 언제나 그 꿈은 두려움을 동반했다. 바벨탑은 그 극적인 역사이자 신화. 그러나 20세기 초 인간은 새와 다름 없이 하늘을 나는데 성공했다.

바둑에서도 그랬다.

눈은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이 수직선을 바라보는 것보다 편하다고 느낀다.

빌딩의 높은 수직선은 눈이 받아야 하는 중력의 부담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편한 느낌을 안겨준다. 도시에 대한 근대 시인들의 불안과 불만은 그런 점에 의해서도 일푼의 영향은 받았으리.

반상은 1선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언덕이 된다. 땅과 같다.

그것은 단순히 심리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집을 짓는데 1선에 가까울수록 돌이 적게 소비된다는 점에 의해서 논리적인 지지를 받는 현상이다.

그래서인가.

1선에 기초한 – 3선 중심의 포석을 말하는 것이다 – 일본 바둑 300년의 반상 이해는 20세기에 들어와 혁명적인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그 혁명적인 것이 신포석 혁명. 1930년대 뚜렷하게 이론적으로도 기반을 잡은 신포석은, 실로 그 혁명적인 아이디어 속에 도시의 마천루와 같은 개념을 담고 있었다.

단순한 개념 정도가 아니라, 실로 혁명적이고도 논리적인 힘을 갖춘 개념인 그것은, 바로 세력과 중앙이라는 현실이었다. 수평선이 아닌 수직선의 강조였다. 3선 위주의 포석과 4선 위주의 포석이라는 비교 도식은 좁은 이해에 머물 것이다.

물론 변에 깊게 자리잡은 힘도 때론 세력이 된다. 그러나 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중앙으로 뻗어나간 형상을 보통 일컫는다. 세력의 강조는 중앙의 강조와 밀접했다. 수직선과 맥을 같이하는 논리적 이해를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2. 세력은 프로들의 현실과 어울리나

세력 바둑은 실로 두기 힘들다. 지탱하기 힘들다. 여간 노력하지 않는다면 프로라 할지라도 세력은 한 때의 취향과 실험에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솔직히 말해 노력해도 재능이 문제가 된다.

세력 바둑은 무섭다. 두는 사람도 두렵고 마주하는 상대도 두려워한다. 실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만들려면 사면팔방을 다 막아야 하는데,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세력 바둑은 무엇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

사면발방의 적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인데, 온통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것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힘밖에 없다. 그래서 다께미야와 둘 때엔 그를 아는 기사들은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무엇보다 다께미야가 수읽기가 강해서 상대의 대마를 곧잘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혹적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것은 19로 장통의 논리에서 보듯이 돌의 효율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력 바둑을 즐기는 기사들은 드문 편이다. 신포석의 혁명을 거치면서 여러 기사들이 세력을 시도했지만, 대개는 다시 실리로 돌아왔다. 세력을 중시하더라도 일방적인 세력 바둑은 두지 않았다. 기사들은 반상에 있어서만은 대체로 현실주의적인 성향을 가진다. 승부를 다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위험부담이 큰 세력은 그리 매력적인 것이 아니다.

3. 우주류와 자연류

바둑은 기사에 의해서 얼마나 넓혀지는가.

다께미야는 반상을 얼마나 넓혔는가.

그것은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다른 기사들이 얼마나 깊게 받아들였는가에 달려 있다.

단순한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서서 사고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것. 아쉽게도 그 영향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구체적인 것을 말할 수 있는가.

또, 다께미야의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가 있는가.

a) 자연류로 변해가는 우주류, 이유는 네모가 기본이기 때문

이 글이 앞선 글에서 강조한 것은 네모. 반상엔 네모의 현상이 논리적으로 깊게 침투해 있다.

세력 바둑이 성공하는 것도 그 정방형 네모를 얼마나 잘 짓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세력이 먼저일까, 아니면 정방형 네모를 이루는 것이 먼저일까.

세력은 목적이 될 수 없다. 네모를 얻는 것이 목적이다. 바둑은 집이 많아야 이기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력보다 정방형 네모 현상이 반상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선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다께미야는 말하곤 했다.

자신의 바둑을, 우주류가 아니라 자연류로 불러달라고.

그것을 고려할 때 이 글의 이해는 이렇다.

(1) 다께미야는 세력이 없어도 정방형 집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 세력은 큰 집을 짓는 유력한 방법이지만,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3) 네모난 큰 집을 짓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4) 그 집을 얻는 방식에서 다께미야는 중앙에 의지하고 있다.

(1)부터 (4)까지는 하나의 논리에 의존한다.

집은 네모의 형상을 말하는 것. 중앙에서 집을 짓는 것은 큰 네모를 얻는 것. 네모는 행마나 포석에 걸쳐서 반상을 형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

다께미야는 언제 무너졌을까?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이 약해지기 시작했을 때가 아닐까.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다른 기사들이 세력과 다께미야의 정방형 네모에 대해 이해가 높아졌을 때, 다시 말하여 다께미야의 쇠퇴 과정은 곧 다른 기사들이 다께미야를 깊이 이해한 때문에 왔을 것이다.

맞는 말일까. 그것은 그가 착상했던 행마나 포석의 이해를 보면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b) 다께미야의 공헌(1)

아마도 먼저 눈에 잡히는 것은 수법에 대한 그의 개척이다. (기보3)이 그 대표적인이다.

흑1은 초기에는 흑a 백b 흑c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행마는 두 개의 돌 간격을 넓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진보한다. 행마의 정의는, 돌 두 개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

(기보3)

흑3 행마는 허술한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흑1과 매우 강력한 연결을 과시한다. 다음 흑A 백B 흑C로 두는 것도 흑1 흑3 밭전자(田) 행마가 숨기고 있는 두터운 수법.

그의 3연성은 어떤가.

1930년대 기타니의 3연성을 기타니의 제자 다께미야만큼 발전시킨 기사는 없다. 기타니에게서 볼 수 있었던 세력 중심의 일방적인 3연성은, 다께이야에 와서 두터운 힘을 더했다.

그 이유는 그가 중앙 확대에 바람직한 수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실전에서 그 효용성을 증명했다는 데 있다. 다음 (기보4)는 그의 걸작 중의 하나이다. 조치훈과의 대국에서 나온 것인데, 초점은 흑1 마늘모. 그리고 적절한 자리를 잡은 흑13. 흑13을 차지함으로써 중앙은 두터운 네모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기보4) 1985년 기성전 도전 제2국. 다께미야(흑) 조치훈(백)

(기보4) 언뜻 보아서는 우변에 도움이 아니 될 듯한 하변의 흑1 마늘모 행마. 게다가 후수를 잡았다. 그러나 무서운 힘을 갖춘 것이었다. 그 힘은 두 개의 논리에서 나온다.

하나는, 네모는 일단 형성되면 시각적인 판단이 못 따라갈 정도로 큰 집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중앙에서 네모가 형성되면. 여기서도 흑1과 흑13을 잇는 선분으로 집을 계산하면 우변 흑집은 얼추 80집이다.

둘째, 마늘모 행마는 그 자체 세모의 형상. 튼튼하고 안정적이다.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싸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앙에서의 싸움은 필연적인 것.

c) 다께미야의 공헌(2)

그러나 수법에 그친다면 그의 평가에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사실, 수법을 창안하고 영향을 끼친 기사는 많다. 명인의 실력이면 아니 그런 기사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께미야와는 차이가 있으니, 대부분의 다른 기사와 달리 다께미야는 사고 방식을 보여주었다. 비록 그것이 세력이라는, 신포석의 이론을 다시 보여준 것이기는 하나, 그것을 훨씬 풍요롭게 변주했던 것은 대단했다.

중앙이 존재한다.

중앙은 넓다.

그것을 알려준 것은, 중앙이라는 세계에 대한 재인식인 것이다. 그것은 반상 위에서 승부로 표현되어야만 인식되는 것이다. 포석은 초반 그 넓고 모호한 세상을 이해 가능한 세상으로 바꾸어가는 것.

그러기에 포석은 반상의 지평(地平)과 관련되어 반상을 열어젖히는 단계이다.

모든 ‘이후’를 결정하는 바로 그 문제를 다께미야는 남달리 고민했던 것이며, 그러기에 그의 중앙 중시 바둑은 동시대와 그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물론 어떤 명인 국수도 전성기 때엔 다른 기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발 빠른 행마로 반상을 수놓아 성공한다면 속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연구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초반의 구상은 다른 분야와 매우 다르다.

영향력에 있어서도 파급효과가 다르다. 다께미야의 경우 네모의 사고방법을 우주류란 이름으로 도입했던 것이기에, 바둑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신포석 이래 가장 큰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사고방식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다께미야의 업적인 것이다.

우주류.

자연류.

그리 부른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사고의 방식에 붙인 이름인 것이다.

4. 세력바둑은 사라지는가

실력주의의 시대에 와서 기사들은 한편으로 승부의 방식에 의해 태도와 인식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토너먼트 기전이 그 대표적인 것으로, 그 방식의 특징 하나는, 오늘 지면 내일 없다는 것이다.

그런 조건은 기사로 하여금 위험 감수(risk-acception)의 태도보다 위험 회피(risk-aversion) 의 태도를 갖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다. 제한시간이 짧아지게 되자, 기사들은 멀리 내다보는 바둑을 두기가 힘들게 되었다. 때문에 두텁게 두면서 단속적인 전투를 반복하는 경향이 커졌다.

덤도 영향을 미쳤다. 덤이 커지게 되자, 백은 종반에 비중을 두는 바둑을 두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렇다면? 모험의 확률이 높은 세력바둑은 그리 선택할 만한 모델이 아니 된다. 종반 끝내기 승부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흑은? 제한시간 때문에 역시 단속적인 전투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세력 바둑은 다께미야 이후 사라지게 되는 운명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중국식 포석 자체가 세력을 중시한다. 네모도 중시한다. 좌우로 날개를 펼쳐서 큰 네모 집을 얻겠다는 의도는 언제나 숨길 수 없는 이치다.

변 중심 포석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덤이 큰 현대바둑에서 변이 강조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는 중앙을 중시한다.

그렇기에 네모를 핵심으로 하는 다께미야의 중앙 실험은 자연류라는 그 이름 그대로 여전히 유효한 증거를 제시한다.

네모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중앙 바둑을 실험하는 기사가 다시 출현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