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란 무엇인가, 승부사란 무엇인가

사까다의 바둑을 보고 있다. 옆에 두니 자꾸만 손이 간다.

6권. 「속 사까다의 바둑」 3권.

어찌 이토록이나 치열한가. 극한의 행마, 실오라기 같은 틈새 하나를 찾아서 생존을 이어가는 과정. 에너지, 정념, 기운, 그런 단어들로 뭉친 반상. 과연 이런 바둑, 이겨낼 수 있는가. 때론 행마가 단순하다. 한칸과 마늘모 등. 그런 경우에도 시퍼런 바둑이다. 무섭다.

하나 함께 보자. (기보1)은 사까다 「공격의 묘」에 나온 장면도이다. 이 그림은 그래도 신랄한 면이 다소 적은 편인데, 독자에게 좋은 문제인 듯해서 골랐다.

사까다의 책은 언제나 자신의 바둑에서 문제를 가져온다. 그래서 장면도를 제시했을 때엔 언제나 자신이 둘 차례를 제시했다. 자신의 착상을 중심으로 해서 해설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기분도 든다. 문제의 해결을 보면 거의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그 문제 이전엔? 하하. 지나친 적극성으로 인해 형세가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그는 그런 것은 보여주지 않는다. 드물게만 보여준다.

여기 (기보1)에는 또 하나 드문 것이 있는데, 오청원이 둘 차례를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둘 차례를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 사까다가 말이다. 그래서 의문이다. 이 장면도는 편집의 착오가 들어간 것이 아닐까? 여기 옆에 둔 책은 원본이라서 믿을 만하다. 일본책은 참으로 편집이 훌륭하다. 오타 같은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요즘 책엔 좀 부족한 인상도 갖긴 한다. 바둑계 침체의 여파는 그런 것에도 영향 미치리.

문제나 살펴보자. (기보1) 흑은 다음에 어떤 전략으로 반상을 결정지어 가야할까?

(기보1) 朝日특별기전. 오청원(흑) 사까다(백)

(기보2) 흑1 흑3이 하이라이트다. 흑1에 대해 백A는 흑B 백C 흑D로 싸워 백이 곤란하다는 것이 사까다의 해설이다.

(기보2) 어깨짚어 기대고 밀어가는 것이 전략

(기보3) 흑4가 또 중요한 급소다. 이후는 백A 흑B 백C 흑D가 실전인데, 백이 상변 백을 살려낼 수 있을까. 참고로 수순 중에 백a는 흑b로 막고, 백c는 흑d로 막는다 했다. 그것이 사까다의 해설.

(기보3) 양곤마로 몰린 백, 어렵다

음, 그래도 역시 아쉽다. 신랄함이 떨어진다. 신랄한 바둑 하나 봐야겠다.

(기보4) 백1이 이 장면의 수습책이라고 한다. 설명에 너무 많은 지면이 들어가니 그냥 맛만 보여드린다. 이해하시라. 「행마의 묘」에 등장시킨 장면이다.

(기보4) 제11기 본인방전 결정리그. 細川千仞 8단(흑) 사까다 8단(백)

이런 바둑 두어서 과연 정신이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이 어찌, 한때나마 이런 책을 즐겁게 봤던가. 10대 20대엔 이 글도 과연 체력과 정신이 왕성했던가.

사까다의 정신력이 놀랍다. 조훈현, 이세돌의 정신력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런 조훈현 이세돌을 맞아 이겨냈던 이창호의 그 묵묵함에, 그 뒤에 감춰진 그 무서운 에너지와 정념에 새삼 감탄하고 싶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의식적으로 감탄을 하고 싶은 것이다. 대체 승부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이토록이나 사람을 쥐어짜는가.

잠시 쉬어본다.

사까다 바둑 볼 때의 감정으론, 이 글 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바둑을 알려면 승부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승부란 무엇인가.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예(藝)와 도(道).

기예라고도 하고 기도라고도 했다.

사랑방 손님이 두기도 하고 내기바둑꾼이 두기도 했다.

프로가 두기도 하고 아마추어가 두기도 했다.

정신으로 둔다고도 하고 마음으로 둔다고도 했다.

재능으로 충분하다고도 하고 노력이 전부라고도 했다.

그런가. 그렇지만 오늘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사까다의 바둑을 본 직후라서 그런가 싶다.

승부란 무엇인가.

1. 예와 승부

1924년 일본기원이 창립되었을 때 예로서의 바둑은 승부 지향의 현실이 가져올 미래를 예감해야만 했다. 시장경제 하에서 바둑은 시장의 행위자로 행동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살아남는다. 그 행위자는 법인으로서의 일본기원. 기업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예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변해야 하는가.

동양의 정신사에서 공감대가 큰 것 하나는 예와 도(道)의 연결이다. 예를 닦을 수 있는 것. 점차 닦아서 시간이 흐르면 비로소 인격의 성숙 즉, 도(道)로 승화된다. 닦아나가는 처음부터 인격과 기예의 완성이 이뤄진다고는 보지 않았다. 대표적인 전범은 「장자」의 포정(庖丁)편.

물론 우린 잘 안다. 말 아니 해도 안다.

뭔가 고아한 인상 가진다해도 내면까지 그렇다고는 말 못한다. 그건 당사자만이 알 뿐. 예를 살아도 도를 살아도 그 인간의 성숙은 한결같지 않다는 것을 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상은 언제나 필요하다. 적어도 그건 현실을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상 없이 현실 없는 것.

지향하는 시각에서 이해한다면, 공동체가 하나의 좌표를 그려두고 그것을 향해서 나아가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제도를 구성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야만 의미가 주어지고, 행위의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바둑이란 무엇이냐. 그것을 말해두지 않으면 정체성이 없기에 전체 사회 속에서의 질서와 의미는 얻을 수가 없다. 그러면 바둑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어두운 그늘 속 내기바둑과 같은 수준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바로 그 시점에서 즉, 시장경제 하에서 바둑이 그 정체성을 변화해나가는 과정에서 기사는 몸으로 의문하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바둑이란 무엇이냐.

개인의 입장만 보자.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의식하든 아니하든 개인은 갈등한다. 예와 승부 사이에서 갈등한다. 갈등하기에 자신감은 사라지고 중간의 평균 근처에서 서성인다. 그것이 보통이다.

2. 승부란 무엇인가

「끝내기의 묘」를 보면 그가 생각하는 승부를 볼 수 있다.

(기보5)가 문제도다. 이 장면에서 백은 어떻게 두어야 할 것인가.

(기보5) 제1기 명인전 리그 半田道玄(흑) 사까다(백)

(기보6)이 사까다의 답이다. 만년패를 만든다. 우상귀를 보자. 본래 이 문제는 백1이 맥점이다. 다음 2와 3을 맞봐서 백은 패도 없이 살아간다. 단 빅이 된다.

여기서 사까다의 이야기는 이렇다.

좌하귀 실전으로 가면, 만년패이다. 백3 이후 흑A 백B 흑1이면 빅이다. 그러면 백이 선수, 우상귀 빅일 경우 백이 후수인 점과 비교하라. 만년패라고 부르는 까닭은 백3 이후 흑이 손을 빼도 백은 당장 두기가 만만찮다는 점에 있다. 백이 백B 둔 다음에 다시 백C 두어야 살기 때문인데, 즉 두 수를 두어야 하는데, 흑은 부담이 적은 패라는 것이다. 패감의 문제가 있겠다.

왜 백은 패를 지면 잡히는 – 그것도 불리한 패다 – 방향으로 결정했는가?

사까다의 이야기는 이렇다. 어차피 집으로는 약간 불리한 바둑이다. 그러니 약간이나마 변화의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바둑을 이끌고 가야 하지 않느냐?

(기보6) 만년패를 만들다

승부를 위해서 비록 패감의 숫자까지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 두어도 희망은 없지만, 그래도 변화한다. 그는 말했다.

상대도 실수할 수 있지 않느냐?

그 얼마나 솔직한 말이냐, 싶다.

그러기에 그는 끝내기에서도 집으로 계산하는 것에 기울이지 않았다. 두터움을 강조했다. 상대의 약점을 노렸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그는 엷은 바둑이었다. 최대한 효율을 살리려 노력했다. 그것이 그의 바둑을 엷게 만들었다. 그의 깊고도 넓은 수읽기. 기략. 의외의 반격과 맥점. 그것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논리적인 이유 하나가 여기에 있다.

분명하다. 그는 승부를 이리 본 것이다.

이기는 것이 승부다!

당연하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져도 깨끗하게 지는 것을 바둑의 본질로 보고 또 승부의 본질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쉽지 않은 문제.

예컨대, 첫째, 승부는 깨끗해야 한다는, 그런 의식이 몸에 남아 있으면 우선 잘 던지게 된다. 노림이 강한 수법은 두지 않는다. 소위 예에 치우치는 것인데, 이 경우 반상에서 찾게 되는 수법의 폭이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승부를 깨끗하게 보면, 최대한 시간을 사용하면서 온몸으로 두는 것이 의외로 쉽지가 않다. 집중이 어려운데 그러나 집중하지 않으면 패배는 자주 온다.

셋째, 정체성의 문제가 있다.

바둑이란 이런 거야, 승부란 깨끗해야 해. 그런 맘을 갖고 있으면 그런 바둑 두는 것을 자신의 기사 정체성으로 삼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삼게 된다. 그러면 그런 의식이 잠재의식적으로 몸에 남는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바둑 두게 된다.

의식은 쌓이는 것으로, 비추지 않으면 자신의 의식 뒤에 그림자로 남게 되는 것. 자신을 지배하는 것.

3. 승부사란 무엇인가

바둑이 먼저일까, 아니면 기사가 먼저일까.

바둑은 사까다를 만들었을까. 사까다의 타고난 기질이 사까다의 바둑을 조형했을까.

자신을 돌아 볼 때면 사까다는 어릴 적 기원에서 두던 내기 바둑을 포함해서 거리의 실전을 강조하곤 한다. “어릴 때 거리의 기원에서 하는 승부바둑이 나를 단련해 주었다.” 요약하면 바둑? 싸움이야.

내기바둑은 그의 Me를 만들었을까. 그럴 여지가 높다. 승부사로서의 자각이 오랜 기간 그를 지탱했던 거 같다. 소년 시절 만났던 기사(井上棋遊 棋正社 4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친: 이 애는 바둑으로 밥벌이가 될까요?

井上棋遊(노발대발하면서): 밥벌이가 될는지 어떤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바둑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가 문제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자아 정체성의 힘이 된다.

바로 그 기억이 남는 시절에, 사까다의 기억 하나는 이렇다. “나는 원체 시합을 좋아하여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내기바둑이 어찌나 성했는지...”

바쿠후 시대에도 내기꾼들은 많았다. 명인 죠와가 유명한 내기꾼 시미야(四宮米藏)와 11판을 두었던 것을 그의 책 「국기관광(國技觀光)」에 남길 정도 아니던가.

짐작컨대 전문기사들도 내기바둑을 많이 두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둑을 가르치는 것에서야 그럴 수 없었을 것이며, 또 전문기사가 되고 난 다음엔 구별할 의무도 있었을 것이다.

1920년대 일본기원이 바둑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엔 예로서의 바둑을 강조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다. 바둑은 시장경제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바로 그 시대에 사까다는 내기바둑으로 단련되었다. 일반적으로 전문기사의 내제자로 들어간다든가 하는 것이 프로가 되는 거의 유일한 길. 내제자로 들어가면 엄격한 기준 하에 살아야만 한다. 내기 바둑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사까다도 초등학교 3학년엔 여류 기사의 제자로 들어갔지만 통학하는 제자였으며, 여전히 제 멋대로 다녔다고 한다.

논의가 되고 말겠다. 이렇게 쓰다간.

승부사는 어릴 적 습관의 산물일까. 공부의 산물일까.

그러기에 그는 그런 바둑을 두었을 것이다. 끝내기 다 진 바둑도 던지지 않는.

사실 던지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그것을 그냥 부여잡고 견뎌낸다?

물론 덕분에 우린 절망 속에서도 빛을 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전형으로 삼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아서, 기사의 전형이란 무엇인가, 그 문제를 낳는다.

사까다가 어릴 적 어디서 무엇을 공부했든지 간에 말이다.

4. 기사의 전형을 보여주다

누구나 바둑을 둔다. 그 시대의 바둑을 둔다. 그러나 그 시대의 기사가 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오늘이 실력 시대임은 너무나 당연한 세상. 그렇다고 모든 기사가 사까다와 같이 두지는 않는다. 그건 너무 피곤하며, 또 그리 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도 않다.

실력시대. 다들 그리 말은 했겠고 또 하겠지만, 그리 살고 가는 것은 또 다른 일. 승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누구나 약간은 꺼려하는 이유다.

사까다는 점차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요구하는, 전형적인 기사였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과감하게 표현한 기사였다.

그의 솔직한 자기표현은 술값에 관련된 일화에서 더욱 잘 읽을 수 있다. 소위 “사까다의 술값”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하는데, 다름 아니라 이런 것이다. 술을 자주 마시는데 – 홀로 잘 마셨다 한다 – 술값이 좀 비쌌던 모양이다. 당연히 선술집은 아니겠고, 또 혼자 가니, 갈 곳은 대충 조용한 곳이겠다. 그래 말했다 한다. 좀 깎자고.

덕분에 우린 우리의 자화상을 하나 그릴 수 있었다. 사까다 덕분에.

아, 그리 두면, 그런 자세로 두면, 그런 태도를 가지면, 승부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겠구나, 그리 알게 되는 것이다. 교육의 지표, 가르침의 윤곽, 뚜렷한 기사상, 그런 것일까. 그런 것이 되겠다.

바둑은 하나의 세상. 세상을 이루는 또 하나의 세상. 그런 세상이 사회에 뭔가 의미를 주려면 신화를 가져야만 한다. 신화를 이루는 핵심은,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 것. 이야기의 핵심은 영웅.

바둑에서도 승부에 대해서나 바둑에 대해서나 뭔가 본질적인 것을 알려주는 신화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사까다는 신화적인 인물이었다. 신화적인 인물의 역할 하나는, 남들이 가지 못한 길을 가는 것. 그것이 이야기의 참된 뜻이다. 누구나 걸어갈 길을, 누구보다도 먼저 의미 있게 걸어가는 것. 그것이 신화 속의 영웅인 것이다.

사까다는 그런 인물이었다. 1960년대 두 개의 기사상이 공존하고 있을 때, 예냐, 승부냐, 했을 때 승부를 표현한 기사였던 것이다.

그것은 반상 위의 수법에도 놀랄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그의 바둑에서 그것은 뚜렷하다.

그의 책을 다시금 보고 싶은 까닭이다.

예전에 썼던 것이 눈에 띄었다. 사이버오로 “나의 반상 도서일기”에서 “坂田 6冊 1帙의 발견”(2004. 5. 15)이라는 제목으로 쓴 것을 보았다. 그것을 여기 일부 올려두는 것도 의미 있겠다.

이번에 글 쓸 때와 다른 감정 갖고 있었던가 싶다.

(표1) 坂田 6冊 1帙의 발견

-----------------------------------------------------------------------------

사까다의 妙 씨리즈.

나는 왜 저 사까다의 묘씨리즈에 그토록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말 그대로 씨리즈라는 형식 때문일 것이다. 그 씨리즈라고 하는 완결성 때문일 것이다. 바둑의 시작과 끝을 완결하는 그 희망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알기로 그렇다. 포석의 묘에서 시작해서 끝내기의 묘로 끝나는 6冊 1帙.

바둑이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내야 하는가에 대해서 목말랐던 것은 비록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 이전부터 나 이후까지 모두가 그에 대해서 그 어떤 지침이 필요했으며 또 있어야만 했던 한 것이다.

坂田의 妙 6冊 1帙.

그것이야말로 그 이전에 없었던 형식이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바둑책의 범위 내에서는 그랬다. 포석 책은 많았다. 정석 책도 많았다. 맥과 묘수집도 많았다. 명인들의 기보도 많이 편집되어 있었다. 야화도 심득을 모은 책도 격언이라고 소개되는 돌의 지침에 관한 것도 많이 쏟아졌다.

그러나 坂田의 妙 6冊 1帙과 같이 바둑을 6개의 단계로 나누어서, 6개의 분야로 나누어서 하나의 우주를 그린 것은 없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坂田의 妙 6冊 1帙이 坂田의 妙 6冊 1帙로 표현되어야 하고 그저 坂田의 妙로만 말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의 완결성. 그것이야말로 바둑을 두는 자 바둑을 목표로 하는 자 모두에게 바둑이란 게 하나의 세계(A World, A Universe)구나. 바로 그 인식을 심어주는 인식의 형식이었다.

坂田의 妙 6冊 1帙이 서점에 나온 이후에야 비로소 다른 기사들의 책들도 그 형식을 따랐다. 坂田의 妙 6冊 1帙이 우리의 손에 잡혀진 뒤에야 우린 바둑의 여러 현상들이 하나의 틀 속에서 저마다 용해되고 제각각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전에도 어찌 몰랐겠는가마는, 그래도 다르다. 표현한 다음에 비로소 의식 속에서 감촉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른 것이다. 내가 볼 때 坂田의 妙 6冊 1帙은 바로 그 점에서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구별될 뿐만 아니라 그 진실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속의 내용도 그 형식을 벗어난다면 한낱 책 한권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셋(se)t속에 들어가 있을 때 그 하나 하나의 내용은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 바둑책도 그러하다.

내가 과문한 탓으로 그 이전은 모르겠거니와 적어도 어느 한 기사에 의해서 그 기사의 바둑만을 가지고 바둑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보여준 것은 없었다. 한 시대를 제패한 한 사람의 기사가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인 적은 없었던 것이다.

펼친다!

그렇다. 바로 그 사실.

펼쳐서 널리 밝혀 드러낸다는 그 점이야말로 坂田의 妙 6冊 1帙의 진실한 미덕이다.

씨앗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 씨앗이 싹을 터서 줄기를 이루고 잎을 거느리고 꽃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떨어져 씨앗으로 돌아갈 때까지를 우린 씨앗이라고 부른다. 말한다. 말할 수 있다.

바둑이란 무엇인가.

사까다에게 바둑이란 하나의 드라마였다. 그가 바둑은 슬픈 드라마라고, 그렇게 설파했다고 하지만, 사실 난 그런 말은 별로 믿지 않는 편이다. 그 문장이 나의 감정을 건드리긴 하지만 나의 감정을 승화시켜주지는 않는다. 바둑을 하나의 점으로 귀일시키는 힘도 나약하다.

물론 그가 그리 말했다면 그건 분명히 표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坂田의 妙 6冊 1帙, 이 작품보다 그의 바둑관을 더 잘 드러내지는 않는다.

아니다. 드러내는 내용이 다르고 형식이 다르다.

그건 그거대로 좋고 이건 이거대로 의미가 있다.

주목한다.

그의 묘 씨리즈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그 책에 들어있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리가 받은 선물은 坂田 6冊 1帙에 있다고. 그 형식에 있다고. 바둑을 완결성 있는 세계로 보여준데 있다고. 그 후에야 비로소 우린 우리가 습득해야 할 공부해야 할 내용을 구별할 수 있었다고.

-----------------------------------------------------------------------------

그러기에 사까다가 1968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의 바둑계는 그를 신처럼 보았다.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 왜냐. 바둑의 전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섭위평의 자서전(「바둑은 나의 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표2) 1976년 방중(訪中)한 일본 대표단에 대한 회고

----------------------------------------------------------------------

“사카다 9단이 슬리퍼를 신고 유유히 오락가락하며 둘러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바둑판을 가볍게 훑어보고는 바로 돌을 하나 집어 착점하는 오연한 거동과, 이에 반해 그와 대국하는 중국기사들이 머리를 끌어안고 고심하는 정경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때 나는 말할 수 없는 일종의 압박감을 느꼈었다. 경력과 성망과 실력에 비추어 사카다 9단의 이러한 태도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